[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미국 기업들의 지난 분기 경영 성적표가 대거 공개되는 가운데,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영향이 실적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는 장 마감 후 4분기(10~12월) 실적을 공개하며 어닝시즌의 비공식 개막을 알린다.
전문가들은 알코아의 4분기 주당 순이익이 26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센트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매출 역시 59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등의 여파로 실적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은 낮다.
특히 에너지주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놓으며 전반적인 성적을 끌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이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지만 만약 이보다 더욱 악화된 성적이 나온다면 최근 변동성이 커진 뉴욕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급락·强달러 여파로 기대감 낮아..3분기보다 부진할 듯
4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상태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은 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1.1%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초 전망치인 8.4% 증가와 지난해말 전망치였던 1.6% 증가에서도 하향 조정된 것이다. 특히 이같은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마이너스(-) 전망이었던 지난 1분기 이후 3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유가 급락이 에너지주들의 실적에 타격을 줘 전반적인 실적을 끌어내렸을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4분기 국제유가는 50% 급락했다. 실제로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0.43달러 내린 48.36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주들을 제외하고 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6%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에너지주를 포함한 실적보다는 양호하지만 이 역시 지난 8개 분기 평균인 5.2% 증가보다는 낮다.
유가 하락과 함께 최근 이어지고 있는 달러 강세 역시 실적 둔화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됐다.
S&P500 기업 대부분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얻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것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정책에 대한 전망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9년 만에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버트 화이트 LPL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 하락, 달러 강세 등 미국 기업들의 역풍이 만만치 않은 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혜를 보는 업종들이 에너지 기업 실적 악화를 상쇄시켜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화이트 CIO는 "유가 급락이라는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른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이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 기상도, 금융·에너지 '흐림' vs 통신·헬스케어 '선방'
업종별로는 전체 10개 업종의 순익 전망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그중에서도 에너지와 금융 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팩트리서치는 4분기 에너지 업종의 순익 증가율을 기존 8.1% 증가에서 -19.1%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기업별 전망도 좋지 않다. 특히 에너지 업종의 절반을 차지하는 쉐브론,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의 평균 순익 증가율은 마이너스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셰브론의 순익은 1.78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7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금융 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낮다. 팩트셋은 지난 4분기 금융 기업들의 순익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1.7%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역시 8%증가를 예측했던 3분기 말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환율조작 혐의로 미국과 영국, 스위스에 대규모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JP모건체이스와 씨티 등은 이 여파가 지난 분기에 반영됐을 전망이다.
탐슨로이터는 JP모건의 이번 분기 순익이 주당 1.31달러의 순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센트 늘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다만 매출은 1.4%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통신 업종은 예상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10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뒤를 이은 헬스케어 업종 역시 16.4%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말 예상치였던 18.4%보다는 낮아졌지만 우호적인 업황 덕분에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T업종 역시 양호한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팩트셋은 이번 분기 IT업종의 순익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특히 신형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판매가 크게 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애플의 주당 순익이 2.5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5개월 전에 나온 전망치인 2.32달러보다 9%나 높아진 것이다.
<2014년 3분기 순익 증가율 전망치>
◇변동성 심한 美 증시..어닝시즌이 변곡점 될까?
최근 뉴욕 증시에서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분기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증시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눈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다 결국 한 주를 하락으로 마감했다. 2% 넘는 하락을 기록하다가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하나 싶더니 또 다시 하락 곡선을 이어갔다.
따라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뉴욕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12월 고용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정도 회복된 상태다.
또한 현재 전반적인 실적 컨센서스가 매우 낮은 상황이라 기업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가운데 만약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온다면 뉴욕 증시에는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낮은 기대감보다도 더 악화된 실적이 나온다면 미국 증시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짙어지고 있다.
특히 유가 하락과 그리스 우려감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가운데,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하게 나오면 큰 폭의 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짐 크레이머 CNBC 매드머니 프로그램 진행자는 "개별 기업이 내놓는 실적이 증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유가 하락을 두려워 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한다면 증시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