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욱의 가요별점)종현, 반짝이는 아이돌 싱어송라이터의 등장

입력 : 2015-01-12 오후 2:29:04
◇솔로 앨범을 발매한 샤이니 종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화려한 춤과 노래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돌 스타들이 2015년엔 어떤 무대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까요?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새해를 맞아 하나, 둘 새 앨범을 내놓을 예정인데요.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12일 자신의 솔로 미니 앨범 <베이스(BASE)>를 발매했거든요. 종현이 솔로 앨범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08년 샤이니로 데뷔한 이후 처음인데요. 지난 6년간 샤이니를 열성적으로 응원해온 '샤월'(샤이니월드, 샤이니의 팬클럽)로선 참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아이돌 가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죠. 자로 잰 듯한 군무와 신나는 노래, 그리고 뛰어난 외모와 같은 것들인데요. 그런데 아이돌을 상징하는 그런 요소들이 과연 진짜 아이돌 자신들의 것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소속사에서 콕 찍어 정해주는 콘셉트와 노래, 안무 등을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아이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인데요. "아이돌들은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일 뿐"이라는 일부 가요계의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종현은 자신의 첫 앨범을 통해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졌습니다. 대신 '아티스트' 또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데요. 총 7곡이 실린 이번 앨범엔 종현의 자작곡 4곡이 포함됐고요, 종현은 나머지 3곡의 작사에도 참여했습니다. '데자-부', '러브벨트', '네온', '시간이 늦었어'가 종현의 자작곡이고, '크레이지', '할렐루야', '일인극'이 종현이 작사에 참여한 곡들인데요.
 
종현이 솔로 가수로서 내놓은 첫 번째 결과물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모든 수록곡에서 종현만의 색깔이 느껴지고, 가사엔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냈습니다. 종현의 노래를 들어보면 또래의 다른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요.
 
종현은 그동안 대중들 사이에서 실력 있는 아이돌 보컬리스트 정도로만 인식이 됐었죠. 종현 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돌, 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종현이 솔로 앨범을 통해 작사, 작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네요. 젊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향후 가요계를 이끌고 나갈 만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샤이니 종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번 트랙엔 종현이 가수 자이언티와 호흡을 맞춘 노래 '데자부(Deja-Boo)'가 실렸습니다. 펑키한 리듬의 베이스가 인상적인 레트로 펑크 곡인데요.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7일 선공개됐었죠.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데자부'는 공개되자마자 멜론, 지니, 올레뮤직, 벅스뮤직, 네이버뮤직 등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했는데요.
 
'데자뷰(Deja-Vu)'는 체험하지 못한 어떤 상황을 이미 체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뜻하는 프랑스어죠. 종현의 노래 '데자부'는 '이미, 벌써'라는 뜻의 접두어인 '데자'(Deja)에 '그녀'를 칭하는 단어인 '베이비(Baby)'란 뜻의 '부(Boo)'를 결합해서 만든 말인데요. 종현은 이 노래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여인을 향한 남자의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데자부'엔 "내게 필요한 건 오직 너뿐이잖아. 너도 내 눈을 보고 있잖아. 막 리듬처럼 널 갖고 놀아"란 가사가 포함돼 있는데요. 종현은 리듬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며 뛰어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뽐냅니다. 힘을 줄 땐 주고, 뺄 땐 빼면서 말이죠. 종현의 소울풀한 목소리는 자이언티의 목소리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종현의 이번 앨범엔 자이언티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는데요. 종현은 각기 다른 색깔의 아티스트들과 색다른 호흡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기존에 샤이니를 좋아하던 팬들 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잡을 만한 다양한 음악들이 종현의 솔로 앨범에 실렸는데요.
 
 
2번 트랙에 실린 '크레이지'(Crazy)엔 랩퍼 아이언이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아이언은 지난해 9월 종영한 Mnet '쇼미더머니3'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랩퍼죠. '크레이지'는 '데자부'와 함께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인데요. "치명적인 그녀를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다"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미디엄 템포의 레트로 팝 장르의 노래입니다.
 
어떤 노래의 랩 피처링에 참여할 랩퍼를 선정할 땐 여러 요소를 고려하게 되죠. 랩퍼의 목소리와 랩핑 스타일 등이 그 노래와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요. '크레이지'에서 아이언은 특유의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격정적인 랩을 선보이고요. 이런 랩 스타일이 곡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종현의 보컬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그리고 섬세한 느낌의 보컬로 아이언과의 인상적인 호흡을 만들어내는 종현은 멜로디를 이끌고 나가며 아이언을 리드합니다. 지난 2008년 데뷔한 이후 샤이니의 월드투어 등을 통해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아온 종현의 보컬리스트로서의 노련미가 느껴지는 대목이죠. 
 
가수 휘성은 3번 트랙에 실린 '할렐루야'의 작사에 참여했는데요. 뛰어난 가창력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휘성은 에일리의 '노래가 늘었어',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 등의 곡을 통해 작사 실력을 인정 받은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죠. 평소 휘성을 좋아하는 종현은 휘성이 쓴 가사를 보며 작사 공부를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휘성과 종현이 함께 쓴 가사를 볼까요?
 
"신께 감사하네 천사가 보여 눈물이 고여 할렐루야. 천사가 보여 눈물이 고여 감동이 넘쳐 할렐루야"라는 내용인데요. 신을 찬양할 때 '할렐루야'라는 말을 쓰곤 하죠. 이 노래에선 사랑하는 '그녀'를 찬양하기 위해 '할렐루야'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할렐루야'는 곡의 구성이 인상적인데요. 잔잔한 멜로디로 도입부가 시작되고, 후반부엔 성가대의 하모니가 더해지면서 웅장한 분위기로 곡이 진행됩니다. 종현은 뛰어난 보컬 능력으로 이런 드라마틱한 멜로디의 흐름을 잘 살려냅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종현의 보컬이 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뛰어난 가창력의 종현은 자신의 성량과 노래 실력을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곡의 분위기를 표현해냅니다.
 
종현의 앨범에 참여한 또 다른 가수는 윤하입니다. 윤하는 감성적인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여성 가수인데요. 4번 트랙에 실린 듀엣곡 '러브 벨트'(Love Belt)를 통해 종현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사랑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담아낸 노래인데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속삭이듯 담담하게 노래를 합니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것이 더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죠. "무심한 척 세상에 담담해 하지만 두려워 떠는 날 꽉 잡아줘. 이기적인 마음에 항상 널 아프게 하지만 Forgive me I’m sorry"라는 가사가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5번 트랙의 네온(NEON), 6번 트랙의 일인극, 7번 트랙의 '시간이 늦었어'는 종현의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곡들입니다. 자신만의 확실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네온'은 종현이 직접 만든 감각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종현은 반짝이는 네온 사인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빗대 표현했고요, 섹시한 느낌을 주는 보컬 스타일과 멜로디를 통해 매력을 뽐냅니다.
 
'일인극'은 짝사랑의 슬픈 감정을 모노 드라마에 빗대 표현한 노래인데요. "늘 나 혼자서 작은 방에서 너와 사랑하는 헛된 상상에 고백하고 또 이별해 슬픈 모노 드라마인 이유. 혼자 한 사랑의 일인극 만남 사랑 이별. 또 좌절한 이유 슬픈 모노 드라마야 사랑의 일인극"이라는 가사입니다. 가요의 단골 소재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자신만의 표현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시간이 늦었어'는 종현이 지난해 5월 열린 샤이니의 데뷔 5주년 기념 팬미팅에서 처음 공개했던 노래인데요. "시간이 늦었어 이제 그만 들어가 오늘도 늦은 밤 널 데려다 주는 길. 달이 가득 찼어 보름달인가 봐 이렇게 널 보내면 난 한참을 잠 못 자. 매일 가던 이 길도 괜히 잘못 들은 척 빙글빙글 돌아가 너도 눈치 챘겠지? 다른 뜻은 아냐 그냥 조금 더 너와 같이 있고 싶어서 투정부리는 거야"라는 가사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을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노래 중간엔 삽인된 휘파람 멜로디는 로맨틱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지난해 에스엠(041510) 소속의 샤이니의 태민과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솔로 앨범을 발표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죠. 두 사람이 솔로 앨범을 내놓은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었는데요. 종현의 솔로 앨범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에스엠으로선 소속 아이돌 가수의 솔로 앨범으로 세 번 연속 성공을 거두게 됐네요. 
 
에스엠은 현재 가요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인데요. 솔로 가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준 태민, 규현, 종현의 활약이 향후 에스엠이 가요계에서의 주도적인 위치를 유지해나가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같네요. 특히 종현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소속사 내의 다른 가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 종현 미니 1집 'BASE'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아이돌 끝, 아티스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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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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