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기초가 튼튼한 경제 만들기'와 '경제의 역동성 회복'을 두고 정부가 골치를 썩이는 모양새다.
정권 3년 차까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서비스·투자활성화, 공공부문 민영화, 확장적 재정정책, 부동산 활성화 등 온갖 당근과 채찍을 써가며 경제살리기에 나섰음에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안 보이는데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비책을 내놓으라고만 압박해서다.
정부가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박 대통령이 요구한 경제활성화의 해법은 나오지 않은 탓인지 13일부터 시작된 정부 업무계획 보고에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News1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5년도 기재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공공부문 혁신, 노동시장 개혁, 규제개선을 통한 투자활성화, 임대산업 육성,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개선,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등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보면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이거나 진행하는 과제를 살짝 변형한 게 태반이다. 말만 새해 업무보고지 사실상 기존의 정책과 과제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우선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과 맥락을 같이 하며, 노동시장 개혁과 투자활성화, 임대산업 육성은 고용 창출과 경제활성화 측면과 맞닿았다.
또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개선과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부터 줄곧 강조한 창조경제 구현과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전략으로써 배치됐다.
주요 과제뿐만 아니라 세부 과제도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
특히 공공기관 정상화와 대학 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대, 규제비용총량제, 노후산업단지 리모델링,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 제고, 일·학습 병행제 확대, 스마트팜 등은 이미 지난해에도 정부가 주요 성과로 제시했던 것들로 업무보고 재탕에 불과했다.
이런 지적은 시민단체 측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적 추진을 강조했으나 우리 경제는 양극화와 불균형 성장, 저성장 기조 등을 극복할 실질적 대책은 빠졌다"며 "여전히 모호한 창조경제와 지난해도 성과가 없던 재정·부동산 정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새해 업무보고에 임하는 정부로서는 더 내놓을 대안이 없어 난처한 처지다.
이미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경기부양책을 꺼냈지만 최근의 실물경제지표는 수출입에서만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을 뿐 기업 체감경기는 1년 내내 저조하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 매출과 소비, 소비자물가 등도 바닥을 치고 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경제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부처별로 광범위한 의견수렴까지 거쳤지만 사실상 딱히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직접 언급한 '경제 혁신'에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발표한 산업부와 미래 신성장동력을 꺼낸 미래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산업진흥 관련 프로젝트를 생략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주요 정책과제가 실제 효과를 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 업무보고의 목표이자 과제"라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각 경제부문과 산업부문을 내실화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