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기존의 부양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판명 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식 양적완화(QE)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독일이 유럽연합(EU) 조약 위반을 운운하는 데다 기술적인 문제도 남아있어 오는 22일에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국채매입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ECB, 국채매입 기대감 급증..꾀레 위원 "결과물 나올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ECB 정책위원들 사이에서 지금이야말로 양적완화(QE)를 시행할 적기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프랑스 출신인 브느아 꾀레 ECB 정책위원은 이날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전됐다"며 "22일에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ECB 수장인 마리오 드라기 총재(사진)도 국채 매입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 또한 ECB가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티모시 아담스 국제금융협회(IIF) 대표는 "ECB는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공언한 대로 적어도 몇 달 안에는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경제 매체 CNBC 등 외신들은 ECB가 5000억유로 규모의 국채매입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채매입에 대한 기대감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물가 상승률이 0.2%로 곤두박질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사들이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신통치 않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해진 면도 있다.
조르그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QE로 중단기 동안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채 위기국가의 재정과 금융권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반대·기술적 문제 여전..ECJ 결정, 게임 체인저 되나
그러나 국채 매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이 하나의 국채를 매입한 것과 달리, ECB는 다양한 나라의 국채를 매입해야 하기에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먼저 긴급 자금이 필요한 재정 위기국의 국채만 매입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조르그 크래머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일부 국가의 국채만 매입한다는 것은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그 주의 채권만을 사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개별 국가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매입하면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리플 A등급인 독일 국채와 정크 수준인 그리스 국채 등 19개 유로존 회원국 국채를 일괄 매입하면 부양 효과가 확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반대도 국채매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사진)는 국채매입으로 각국 구조개혁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채매입이 개별 국가의 재정정책을 간섭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오는 14일 무제한 국채매입(OMT) 프로그램에 대한 적법성 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사법부인 ECJ마저 OMT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국채매입 반대 진영 쪽이 탄력을 받으리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법적 구속력 없는 의견 제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ECB의 부양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ECJ의 최종 판결은 4~6개월 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