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책역량 높인다..국정자문회의 시작부터 '쓴소리'

자문위원단, 정부·여당·야당 싸잡아 비판
野 정책개발역량 약화..전문가·투자 부족 원인

입력 : 2015-01-16 오후 6:20:49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장차관 등 주요 요직을 경험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책 대응력 강화를 위한 국정자문회의를 출범시켰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첫 국정자문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이 백척간두 위기에 있다. 여러 생각을 하다가 정책·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 10년간의 집권 노하우 전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했다"며 자문회의 발족 이유를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당헌상으로 당적에 관계없이 훌륭한 분들을 모시고 뒷바라지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어 '해보자'해서 이렇게 생기게 됐고, 자문위원 22분이 경제적으로는 IMF 환란을 극복했고, 6.15선언·10.4선언 등 남북관계가 최고로 발전됐을 때의 주역"들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자문회의가 16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운영방향을 논의했다. ⓒNews1
 
자문회의 의장을 맡은 김진표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도 불구 우리 새정치연합이 대안이 되지 못 하는 것이 국민들을 더 안타깝고 답답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며 상황을 진단했다.
 
김 의장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우리 당의 많은 정책들을 뿌리부터 따지는 것"이라며 "우리 당 정책이 진정으로 국민 행복과 민생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했는지, 옳은 정책이었는지, 실현 가능했는지, 지속 가능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는데 당과 국민, 민생 살리기를 위해 필요하다면 아무리 입에 쓰고 귀에 거슬리는 말씀이라도 주저 말고 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자문위원단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주문했다.
 
◇당, 정책역량 개발 필요성 절실히 공감
 
이날 열린 국정자문회의는 최근 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역량 강화 움직임의 일환으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당의 정책 역량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최근 '2·8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의 '신'노선과 혁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해 "특정 정치 사안 내지는 정책에 대한 체계적 전략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한목소리로 지원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결국 강온파 혹은 좌클릭이냐 중도냐 하는 이념적 대립의 반복 양상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유권자의 투표행태가 사회지향성 투표에서 개인가치지향성 투표로 변화했으며 당의 정책과 전략이 '생활인' 중시의 생활정치를 구현해야만 선거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며 "진보냐 중도냐 하는 노선투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아울러 지난해 12월 '일본 총선 평가 보고서'에서 자민당이 연립을 통해 중의원 전체의석의 2/3 이상 확보하며 장기집권의 틀을 마련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당대표까지 낙선하며 자멸의 길을 걷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정제정책에 대안 제시 부재'로 꼽았다.
 
보고서는 "민주당은 아베정권을 비판하여 '풍요로운 중간층의 부활', '사람에 대한 투자' 등 슬로건을 제시했지만 아베노믹스에 대항할만한 정책비전으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정책 관련 정보 소외와 투자 열세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초이노믹스'를 비판하며 내수진작, 일자리 창출, 서민가계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소득주도 정상전략'으로의 경제기조 전환을 줄곧 주장하고 있지만 정책 분야의 주도권이 없는 야당의 구조적 한계상 의미 있는 정책 반영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정책개발에 대한 투자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열세가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정당의 활동 개황 및 회계 보고' 자료를 보면 새정치연합(민주당)은 2013년 정책개발비로 22억1100원을, 2012년에는 32억9500만원을 각각 집행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2013년 86억2900만원, 2012년 98억1900만원을 지출했으며 차이는 지출 규모가 3배에서 4배로 벌어졌다.
 
양당 모두 2012년에 비해 2013년 지출금액 절대 규모가 적어진 것은 선거의 유무에 따른 것으로 각 시기별로 전체 지출에서 정책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새누리당이 2013년 10%, 2012년 6.7%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2013년 2.9%, 2012년 3%로 집계됐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의 정책역량 약화 요인을 "수권 시기와 가까운 18대, 19대 초반에도 새누리당에 비해 정책역량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안 들었다. 그런데 19대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는 등 과정을 거치며 정책역량을 가진 분들이 많이 퇴진해 정책역량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의장은 "오늘은 첫 회의로 큰 운영 방향이 제시됐고 앞으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서 당 전체 의원, 당직자들에게 메일로 공유하고 새로운 당대표와 협의해 민주정책연구원 등 각 분야별 정책자문위원들과 구체적 이슈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책을 개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 의장은 아울러 "언론도 어차피 될 것을 쓴다며 여당 정책만 소개하는데 우리가 그 많은 비용을 들여  의회정치를 하는 이유는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정책적 요구사항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대한 반영하기 위함"이라며 "잘못된 야당의 정책 대안에 대한 공격은 당연하지만 야당의 대안도 함께 비교해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비춰달라"고 당부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고은 기자
한고은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