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욱의 가요별점)지소울, 15년차 연습생의 내공은 다르다

입력 : 2015-01-19 오전 11:17:24
◇가수 지소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요즘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들. 그들 중 대부분이 연습생 과정을 거쳤습니다. 연습생 기간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닦는 시간이죠. 기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단 몇 개월 만에 연습생 생활을 끝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수 년 동안을 연습생 신분으로 살기도 합니다.
 
연습생 기간은 인고의 시간입니다. 밥만 먹고 노래, 춤 연습을 해야하는 빡빡한 연습 스케줄을 소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습생들을 더욱 힘들 게 하는 건 언제 데뷔를 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죠. 회사나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정해졌던 데뷔일이 차일피일 미뤄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그런 연습생 기간을 15년이나 거친 가수가 있습니다. 19일 데뷔 앨범을 발매한 지소울(27)인데요. 대형기획사 JYP Ent.(035900)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던 지소울의 데뷔가 이렇게까지 늦춰진 이유가 뭘까요.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2001년 지소울은 JYP의 수장 박진영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지소울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요. 지소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박진영이 지소울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죠. 그렇게 1년, 2년이 지났고요, 지소울은 미국 현지 데뷔를 준비했죠. 그런데 지난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 위기가 불어닥쳤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음반사들이 긴축 재정과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지소울의 데뷔도 무산됐습니다. 박진영은 한국 데뷔를 제안했지만, 지소울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미국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19일, 드디어 지소울의 데뷔 앨범이 한국에서 발표된 거죠.
 
지소울의 데뷔 앨범엔 타이틀곡인 '유'(You)를 포함해 총 6곡이 실렸습니다. 지소울은 앨범에 수록된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는데요.
 
국내 가수의 앨범에선 잘 들을 수 없는 목소리와 음악 스타일입니다. 흑인의 소울이 물씬 느껴집니다. 음악적 완성도면에서도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앨범입니다. 15년 동안의 연습생 기간 동안 갈고닦은 지소울의 음악적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요즘 가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많은 아이돌 가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첫 트랙에 담긴 ‘커밍 홈’(Coming home)부터 볼까요? 이 노래에서 말하는 '홈'엔 '모든 이가 꿈꾸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란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나의 목표를 향해서 나는 끊임 없이 뛰어간다"는, 그런 내용이 담긴 곡이죠.
 
"I'm coming home, coming home. I'm coming home, coming home"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패턴으로 곡이 구성돼 있어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요. "눈과 귀 다 막고 뛰었어. 그만 달리라고 아직 모르냐고. 멍청한 짓 그만 좀 하라고"라는 가사에선 15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며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온 지소울의 개인적 경험이 묻어납니다.
 
2번 트랙엔 '슈퍼스타'란 노래가 실렸습니다. 많은 대중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슈퍼스타를 향해 환호성을 보내죠. 지소울에게도 슈퍼스타가 있습니다. 최고의 팝스타인 마이클 잭슨인데요. 이 노래는 지소울이 자신의 슈퍼스타인 마이클 잭슨을 생각하며 쓴 곡입니다. 곡을 이끌어가는 펑키한 느낌의 베이스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요, "이럴 나이는 지났는데 TV보면서 이렇게 어린애처럼 나. 아침내내 나 너를 보면서 수십가지 상상을"이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타이틀곡인 '유'(You)가 3번 트랙에 있습니다. 이 곡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사랑 노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랑 노래는 아닙니다. 지소울은 자신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소울풀한 목소리로 곡 전체를 이끌어가고요, 곡 후반부엔 가스펠 합창을 연상시키는 파트가 포함돼 있어 특별함을 더합니다.
 
사실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지소울의 음악은 일부 대중들에겐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 만큼은 확실한 대중성이 있는 노래입니다. "너, 너 말곤 그 누구도 난 baby 아무도 필요 없어"라는 후렴구가 귀에 쏙 들어오고,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지소울의 창법은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번 트랙의 '퍼스트 러브'(First love)는 첫사랑과 뉴욕의 여름밤을 주제로 쓰여진 곡인데요. 지소울이 미국 생활을 했던 곳이 뉴욕 브루클린입니다. 지소울은 첫사랑과 자주 갔던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 파크 벤치에서 이 노래의 가사를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오랜 시간 지났어도 아직 내 머릿속 그 기억대로 다 변한게 없어. 달라진건 단 한가지. 좁게 느껴졌던 이 골목길이 한없이 넓은 걸"이라는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고요, 듣는 이들의 귀에 쉽게 들어오는 올드스쿨풍의 멜로디에 신스와 이펙트가 더해져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5번 트랙에 담긴 '변명'에의 가사에도 지소울의 솔직한 경험담이 담겨 있는데요. "내가 말했잖아.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너만 힘들 거라고.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젠 어떤 말도 들리지가 않아 내겐. 왜냐고 물어도 더 이상은 나도"라는 옛 연인에게 했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곡 전체는 어두운 느낌을 풍기고, 곡의 감정 라인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지소울의 보컬이 진한 여운을 줍니다.
 
'한번만 더'란 노래가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있는데요.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며 쓴 "한번만 더 널 볼 수 있다면 난 널 널 난 널 놓지 않을걸"이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고요. 후렴구엔 "한번만 더 날, 한번만 더 날"이란 가사가 반복되는데요. 1번 트랙의 '커밍 홈'과 비슷한 이런 구성은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반복되는 형식의 곡 구성을 음색과 감정 표현만으로 이끌어간다는 것, 가수 입장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지소울은 능수능란하게 곡을 이끌어갑니다. 뛰어난 보컬 실력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다운 표현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지소울은 뉴욕 생활을 할 당시 브루클린 대학에 입학해 음악이 아닌, 미술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네요.
 
지소울이 15년 동안의 연습생 생황 끝에 드디어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그의 음악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음악을 들고 나올까?"라고요. 결과적으로 15년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네요. 국내에선 없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실력 있는 뮤지션이 탄생했습니다.
 
JYP는 지소울의 데뷔와 함께 새로운 레이블인 '스튜디오 J'를 론칭했습니다. 이 레이블을 통해 대중성에 얽매이기 보다는 음악적으로 자유롭고 깊이있는 아티스트들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인데요. 그 첫 번째 주자가 지소울입니다. 미국 생활 당시 뉴욕 지하철에서 매일 노래를 부르며 꿈을 향해 달려나갔던 지소울, 그가 이제 아티스트로서 꿈을 마음껏 펼치길 기대해봅니다.
 
< 지소울 미니 1집 'Coming Home'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헛되지 않은 15년간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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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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