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인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보육교사의 아동학대가 나라를 충격에 빠트렸다. 아동학대를 없애고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줄을 잇는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화 된 것은 이미 오래다. 자성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근절되지 않았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4회에 걸쳐가정과 보육시설, 단체 등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실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한 대안을 찾는다. [편집자주]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 폭력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김치를 못 먹었다는 이유로 만 4세 아동이 뺨을 맞고 내동댕이쳐진 CCTV 장면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분노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간 아동학대에 둔감했고 감정적이었다. 이번처럼 보육교사의 폭행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거나 내 아이가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경북 칠곡에서 계모가 아동을 학대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국민적 분노가 잠깐 일었다 금세 기억에서 잊혔다.
◇가정 내 학대 더 '심각'..13년새 10배 이상 급증
칠곡 계모사건에서 보듯 실제로 어린이집 등에서의 아동학대보다 가정 내 학대의 횟수와 신고건수가 더 많고 피해도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친부모가 양육과 훈육을 빙자해 저지르지만 이런 행동이 학대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낸 '2013년도 전국 아동학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전국 5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1만3076건으로 전년(1만943건)보다 20% 늘었다.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 2000년 1678건과 비교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2013년 기준 연령별 학대 피해 아동분포를 보면 13~15세 아동이 22.0%로 가장 많았고, 10~12세 아동이 20.8%로 뒤를 이었다. 1세 미만은 5.8%, 16~17세는 8.4%, 1~9세 10%대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연령분포.(2013년 기준, 자료=보건복지부)
학대 유형은 아동을 때리는 신체 학대가 11.1%, 아동에 폭언하고 폭력적 행동을 보여주는 정서 학대가 16.2%, 아동을 방치하거나 애정표현을 하지 않는 방임이 26.2%였다. 성적 학대도 3.5%나 됐다. 두가지 이상의 학대를 같이 하는 중복 학대는 43.0%였다.
최근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로는 가정 내 아동학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복지부 조사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장소로는 가정이 81.7%로 압도적으로 많고 아동 복지시설 4.5%, 어린이집 2.4%였다.
또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3년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 등 양육자의 35%가 '아동에 대해 신체적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교 가부장적 문화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가 교육'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는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행동을 관대하게 용서하는 경향이 크다"며 "부모는 정부가 인허가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연인이기 때문에 학대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내 자식인데 왜'.."가정 내 아동폭력 대처 어려워"
대법원과 복지부에 보고된 가정 내 아동학대 사례를 보면 친부모라고 자식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거나 매도 교육의 하나일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2012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김모양(당시 12세)의 경우 일정한 직장이 없던 친부가 매일 술을 마시고 김양을 방에 장시간 방치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김양을 친부에게서 떼어내 공동 생활가정에 입소시키고 심리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으나 친부가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박모군(당시 9세)은 사고로 친모를 잃고 편부 가정에서 자랐다. 일정한 직업이 없고 알코올 중독증세가 있는 친부는 매일 술을 마시고 박군에서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어린이집과 아동 복지시설보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더 대처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어린이집 등은 CCTV 설치, 아동학대 기관 폐쇄. 학대교사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가정은 부모의 인식개선 외에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찾기 어려워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학대 부모를 경찰과 법원에서 강제로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특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아동을 학대한 부모가 아동의 친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정부가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최근 아동학대 신고가 늘었지만 가정 내 학대를 관대하게 용인하는 사회의 인식을 고려하면 실제 학대는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다"며 "10대 때 부모에게 받는 폭력은 아동의 신체·정서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0년대 이후 10년간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모가 아동을 안전하게 키울 환경이 사라졌고 정부가 부모에 대한 지원을 줄인 것도 가정 내 학대가 급증한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부모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득이 줄면서 제 한몸 챙기기 어렵다 보니 아동에 대해 신경 쓸 여건이 안 됐다"며 "국가도 아동 양육 책임을 가정에만 전담시킴으로써 양육에 대한 지원이 적고 아동학대에 무관심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