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무첨가 마케팅, 소비자 신뢰 낮아

입력 : 2015-01-20 오후 3:22:17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식품업계의 무첨가 마케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에 따르면 25세~54세의 기혼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0명 중 6명 이상이 무첨가 마케팅을 신뢰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무첨가 마케팅을 '불신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64.7%에 달했지만, '신뢰한다'는 응답은 8.7%에 불과했다.
 
또한 여전히 식품 첨가물에 관해서는 불안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 첨가물에 대해 '안전하다'고 답한 소비자는 26.8%였고,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소비자는 60.0%였다.
 
특히 빠진 첨가물 대신 다른 첨가물을 함유한 제품의 무첨가 마케팅은 전제의 62.0%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무첨가를 강조한 일부 식품에서 유사한 기능을 가진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소비자정책위원회 조사 결과 시중에서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무첨가로 표시된 일부 제품에 대체 첨가물인 HVP(식물성단백질가수분해물·hydrolyzed vegetable protein)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HVP가 사용된 제품은 천연단백질에는 존재하지 않는 레불린산(levulinic acid) 함량이 높아지는데, ISO 소비자정책위원회가 한국식품연구소에 의뢰한 실험 결과 12개 제품 중 8개에서 레불린산에 검출됐다.
 
이중 샘표식품(007540)의 '요리에센스 연두'가 0.947㎎/g으로 가장 많았고, 풀무원식품의 '베트남 쌀국수'와 '가쓰오우동'이 각각 0.683㎎/g, 0.563㎎/g으로 뒤를 이었다.
 
HVP는 MSG와 비교해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체 첨가물로, 또 다른 안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첨가물에 대해 업계는 가공식품의 대량 생산에 필수적이며, 안전한 범위 안에서 사용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대표적인 식품 첨가물인 MSG는 그동안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2월 '안전한 식품 첨가물'이라고 발표했다.
 
김정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은 "정부 당국의 평가 결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안정성과 허용량이 관리되고 있다"며 "소비자 혼란의 원인은 식품 첨가물 자체에 대한 정보 부족과 막연한 인식으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식품업계에서는 무첨가 특징을 살린 마케팅이 주목을 받으면서 업체 간 신경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초 CJ제일제당(097950)은 경쟁사를 겨냥해 '알래스카 연어'의 광고에 시각적 효과를 위한 붉은 색소를 첨가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는 지난 2013년 4월 업계 최초로 연어캔을 선보이면서 후발 주자보다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그해 12월 남양유업(003920)은 '프렌치 카페믹스 누보' 출시와 함께 크리머에 인산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홍보를 펼쳤다.
 
인산염은 인과 나트륨, 칼륨 등이 결합한 형태로, 위해성이 없어 산도조절제 등의 목적으로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할 당시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는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에 대해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시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제어하고, 필요하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종원 서울 YMCA 시민문화운동본부장은 "영양, 위생, 맛, 시각적 효과 등에 직결되는 첨가물 표시 광고에서 무첨가 마케팅은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이라며 "하지만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어렵게 하고, 가격까지 올리는 등 시장의 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요리에센스 연두'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샘표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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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