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그린나래(30·본명 정정아)가 지난 9일 새 싱글 ‘바보라 그래’를 발매했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앨범 ‘고장’ 이후 10개월 만이다.
밴드 뷰렛의 리더인 이교원이 작곡과 편곡을 맡은 ‘바보라 그래’는 이별에 대한 쓸쓸한 감정을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담아낸 노래다.
◇가수 그린나래. (사진제공=메이저세븐컴퍼니)
◇'오렌지마켓'으로 2005년 데뷔.."이름 바꾸고 잘 풀려"
그린나래는 지난 2005년 '오렌지마켓'으로 데뷔했다. 이후 2013년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의 '그린나래'로 예명을 바꿨다.
“제가 오렌지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데뷔 때 오렌지마켓이란 예명을 썼어요. 20대 초반의 상큼한 느낌과도 잘 맞았던 것 같고요. 지금 나이에 그 이름을 쓰기엔 좀 애매하지 않나요?(웃음) 오렌지마켓이란 이름에 대해 애착이 있긴 한데 그 이름으로 활동을 했던 시기엔 행복감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전남 광주 출신인 그린나래는 데뷔 직전 출전한 여수 국제 청소년 축제에서 밴드 부문 대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축제 현장에서 음반 제작자를 만난 그린나래는 곧장 상경해 데뷔를 하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이 생각했던 가수의 그림과는 달랐다.
“남들과 달리 트레이닝 기간도 없이 데뷔를 하다 보니 방송이 녹록지 않더라고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활동을 하니까 만족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데뷔 앨범 활동을 마친 뒤 홍대 인디신(indie scene)으로 불리며 드라마 OST를 통해 주로 활동을 했던 그는 2013년 '그린나래'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을 내면서 음반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고, 보컬 트레이너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름을 바꾼 후 모든 일이 잘 풀렸다"며 바뀐 예명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가수 그린나래. (사진제공=메이저세븐컴퍼니)
◇"가창력 욕심 버렸다..목소리가 내 무기"
‘바보라 그래’를 통해 그린나래는 담담한 색채의 보컬을 선보인다. 가창력을 뽐내거나 기교를 부리는 대신 이별의 감정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보컬 스타일이다.
“이번 노래 같은 경우엔 힘을 많이 뺐어요. 슬프더라도 울부짖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여자의 심정을 표현하는 거죠. 가창력에 대한 욕심도 다 버렸어요. 고음과 바이브레이션을 다 뺐죠. 목소리와 감성으로만 노래를 부르려고 했어요.”
그린나래는 이어 “노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고음이나 화려한 애드립에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무기로 내세운 분들이 너무 많고, 그런 느낌의 가수들은 이미 가요계에서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남들과 다른 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식상하게 바이브레이션을 넣거나 기교를 부리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린나래는 '바보라 그래'의 작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너만 기다리고 또 나만 외로운 밤. 어둠은 그래 생각보다 너무 길어. 하루가 또 지나면 너를 잊게 될까. 바보라 그래 난 안될 것 같아"와 같은 이별을 맞게 된 한 여자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가사다.
“작사를 한다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니까 노래 부를 때 입에 잘 붙을 수 있게끔 가사를 쓰려고 했어요. 예전에 이별을 한 번 크게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심정을 많이 담았죠. 그땐 3개월 동안 일어날 때마다 울었거든요.”
◇"조미료 없는 음악 하고 싶어"
그린나래가 음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길거리 공연을 통해 우연히 밴드 공연을 보게 됐고, 이후 가수를 꿈꾸게 됐다는 것.
“길거리 공연을 본 뒤엔 앞뒤 안 보고 음악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밴드가 YMCA 소속 밴드였는데 공연을 본 다음날 바로 YMCA에 무작정 찾아가 밴드의 보컬을 시켜달라고 했죠. 제가 가지고 있던 옷 중에 제일 어른스러운 옷을 입고요.(웃음) 결국 그곳에서 밴드 활동을 했죠. 제가 생각해도 제가 별났던 것 같아요.”
중학생 시절 밴드 활동을 했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그린나래는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음악을 해왔다. 그 중 가장 기뻤던 때와 힘들었던 때는 언젤까.
그린나래는 "데뷔 앨범을 발표했던 때가 가장 기뻤던 동시에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첫 곡을 녹음하러 갔는데 제 노래가 나온다는 생각에 엄청 많이 울었어요. 생전 처음 매니저가 옆에서 챙겨주고 하니까 제 신분이 상승한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데 그러고나서 대중이 등을 돌리고 나니 데뷔를 하기 전보다 제 인생이 더 밑으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제가 좋아서 음악을 시작한 건데 결과만으로 그런 상황이 되니 음악이 하기 싫어지기도 했어요."
그린나래는 “지금은 그런 상업적인 성공에 대해선 다 내려놔서 음악을 하는 것이 그저 행복하다”며 “'즐기면서 질기게'가 가수로서의 모토”라고 밝혔다.
“보컬트레이너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이 분야는 질기게 버텨야 하는 거라고 얘기해요. 앞으로 계속 버티면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실 전 그런 버티는 부분에 있어선 타고난 것 같아요. 부모님에게 받은 것 중의 하나죠.(웃음) 물론 상업적으로 잘 되면 좋겠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만 음악을 한다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 전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고,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조미료 없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