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위험하다)②현장 모른 땜질용 아동학대 대책 남발

인식개선·행정조치·처벌강화는 매년 나오는 단골대책
체크리스트로 점검만 하는 복지부..현장 인력도 단 두명

입력 : 2015-01-21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앞으로 다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강화,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 (2015년 1월 16일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대책 발표.)
 
"스스로 보호할 힘이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써, 아동학대 조기발견·신속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복지자원과 연계한 아동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겠다." (2014년 2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 발언.)

◇똑같은 대책만 반복하는 정부..본질은 그대로
 
위의 발언들은 지난 16일 복지부가 낸 아동학대 방지대책과 지난해 국무총리 주재의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나온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에 관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1년의 시차를 둔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은 마치 똑같은 내용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누가 언제 발표하는지만 다를 뿐 나오는 대책마다 주요 내용 중 겹치는 게 많아서다.
 
이처럼 아동학대 근절을 바라는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근본적', '엄격히' 등이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면서 아동학대 방지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비슷한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아동학대가 없어지기는커녕 여전히 벌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사진=뉴스토마토)
 
실제로 정부가 최근 몇년 사이 발표한 아동학대 대책만 살펴봐도 이같은 실태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정부는 2012년 3월 보육서비스 개선 대책을 통해 부모가 어린이집 보육·급식과정과 어린이집 평가인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아동을 학대한 교사는 보육분야에 계속 종사할 수 없도록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방지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바꿔 아동학대로 형 또는 보호처분을 선고받으면 10년간 관련 분야에 재취업하지 못하게 했다.
 
또 2013년에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마련해 어린이집 교사의 자질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아동학대 발생 어린이집과 학대교사에 대한 제재 강화, 부모 모니터링단 운영 내실화를 통한 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제고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내놓지만 아동학대 근절 홍보와 아동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행정처분과 학대 교사 처벌 강화 등 같은 내용만 반복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일부 그릇된 부모와 교사들의 자질 문제지만 최근 급증한 아동학대를 구조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대안과 보육 책임성 확보, 보육교사 양성체계 개선, 아동 보육·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방안 등은 생략된 채 급한 불 끄자는 내용만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은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다 보니 복지부는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해마다 내놓은 반짝 효과만 노리고 있어 실질적으로 학대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현장성 없고 인력도 부족해
 
복지부가 매년 7월 발표하는 '전국 아동학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어린이집과 아동 복지시설에서의 아동학대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장소별 아동학대 발생현황을 보면 2011년 조사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159건(2.6%)이었으나 2013년에는 232건(3.4%)로 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치원은 3건(0.1%)에서 36건(0.5%), 아동 복지시설은 111건(1.8%)에서 379건(5.6%)로 늘었다.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증가율이 줄어든 것(86.6%→81.7%)과 비교하면 어린이집 등 아동 복지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실태는 더 도드라진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몇년간 꾸준히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놓고 학대 어린이집에 대한 행정조치를 강화했음에도 어린이집 등에서의 학대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는 어린이집 몇곳에 가서 체크리스트로만 실정을 파악한다"며 "현장도 모르고 대책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세울 복지부에서는 아동학대 방지 업무를 맡은 인력이 아동권리과의 사무관과 주무관 2명뿐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아동학대 방지대책은 매번 재탕인 데다 현장성도 떨어지고 현장에서의 아동학대 근절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News1
 
◇CCTV 설치 의무화가 대안?..인권 논란 불붙여
 
정부의 이번 아동학대 방지대책 가운데 CCTV 설치 의무화는 벌써부터 찬반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통해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고 부모가 요구하면 동영상을 열람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관계자는 "CCTV가 아동의 인권과 행복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CCTV가 있다고 아동학대를 안 하지 않을 것"이라며 "CCTV 설치를 아동학대를 근절할 만능대책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현장의 어린이집 관계자들도 반발할 태세다. 우선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벌인 '어린이집 실시간 CCTV 설치'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의 75%가 'CCTV 설치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전국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일부 자질 없는 보육교사의 문제"라며 "CCTV는 선량한 다수의 교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가뜩이나 업무 피로도가 높은 교사들에게 CCTV 감시 스트레스까지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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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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