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신한은행이 6년만에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은행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으로, 내부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21일 오후 6시쯤 정기인사 발표와 함께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부지점장급 이상, 1969년 이전 출생자인 4급 차·과장, 1975년 이전 출생자인 5급 대리에 한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310여명이 신청했다.
이 중 부지점장급은 200여명, 차·과장급 이하는 110여명이다.
차장과 과장을 포함한 전직원을 상대로 하는 희망퇴직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희망퇴직으로 600여명이 신한은행을 떠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자 범위도 6년만에 차·과장급으로 확대한 것"이라며 "지난 18일 인사위원회에서 큰 변동없이 퇴직인원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높다.
당초 업무 공백 등의 이유로 190여명 정도로 희망퇴직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규모가 커졌다는 것.
은행에서는 차·과장급 직원들로부터도 희망퇴직을 받아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100여명이 더 많아지면서 직원 쳐내기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도 사실상 희망퇴직을 진행중이지만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50대 중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신한은행은 이번에 희망퇴직 신청을 40대 이상으로 했다. 사원급을 제외한 전직원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성과가 부진해 후선발령을 받은 직원들도 퇴직 대상에 포함되면서 말로만 희망퇴직이라는 토로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성과가 부진한 직원들이 지점장 등으로부터 조기퇴직을 권유받기도 했는데, 이게 희망퇴직이라고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지난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되레 수익성 확보를 위해 직원들 내보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이뤘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 수익의 변곡점을 찍었다고 할 정도로 직원들이 장사를 잘했다"며 "그런데 연초부터 구조조정이니 쥐꼬리만한 임금 인상이니 허탈감만 든다"고 토로했다. 신한은행 노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2.0%로 합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시기와 맞물려 회사에서는 인사고과 등을 반영해 나가라는 신호를 주기도 하는데, 내부 신고센터에 부당한 압력을 제대로 신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