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 문제를 공론화 시키기 위해 보수측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공조에 나섰다.
보수진영 시민단체들이 모인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는 오는 22일 광화문 세종대황동상 앞에서 박 시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 서명 운동을 벌이겠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언론과 국회는 박 시장이 서울시민을 위해 인사권을 행사하기보다 과거 자신과 같이 활동한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인맥을 임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국민감사 근거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 인사 문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박 시장이 인사농단을 하고 있다는 전·현직 시 공무원들의 불만이 크다"며 "공무원 인사를 포함해 시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각종 위원회 인사 등에 검증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특위는 이른바 '박원순 저격 특위'로 불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보수측 시민단체는 이를 근거로 박 시장 인사 논란을 확산시키는 형국이다.
이와 비슷한 공조는 세월호 특별법 재정 과정에서도 벌어졌다.
지난해 7월 세월호 특별법이 무산된 후 희생자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 등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7월18일 엄마부대봉사단이라는 보수단체는 세월호 유족 농성장에서 "의사자 지정, 대학 특례 입학 포함된 특별법을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였다.
이어서 이틀 뒤인 7월20일 새누리당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회사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이후 보수 시민단체들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시위를 벌여 논란을 확대 시켰다.
새누리당과 보수단체가 공조에 나선 것은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커진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취임 이후 가장 낮은 35%대까지 떨어졌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선 의혹은 풀지 못하고 불통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지지층인 50대, 경상도 지역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저격 특위'가 박근혜 정부 실정에서 국민들의 눈을 가리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지난 14일 "어떻게든 국민의 관심을 돌려보려는 고질적인 새누리당의 오만한 버릇"이라며 "비선실세 개입 의혹 등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쏠린 국민의 의혹을 어떻게든 돌려보려는 처량한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서울시의원들도 논평에서 "박원순 시장이 올바른 시정을 펼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1차적 책임은 서울시의회에 있다"며 "시의원의 역할을 국회의원이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을 사퇴하고 서울시의원에 출마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와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News1
박원순조사시민연대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의 모양새도 이상하다. 연대에 참여한 단체들은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 자유연합, 양성평등연대, 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 구국채널,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밝은인터넷,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애국시민연합 등이다. 연대 간사인 김정욱씨는 “서울 시정에 평소 관심이 많은 단체들이다”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 단체 활동은 서울 시정과 관련이 없는 곳도 많다. 양성평등연대는 남성 권리 신장을 주장했던 남성연대가 이름을 바꾼 단체다. 이름을 바꾼 후 홈페이지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밝은인터넷은 기독교 성향의 단체로 최근 서울인권헌장을 반대 활동에 주력했었다.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은 창립선언문에 ‘교육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며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권노현 전 서울교육감, 조희연 현 서울교육감을 공격하는 활동을 해왔다. 자유연합, 구국채널, 애국시민연합은 통진당 해산 지지 등 종북 논란과 관련된 일에 주로 참여했다.
박 시장과 서울시는 보수진영의 공격에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인터뷰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조건을 검토하고 과거 경력을 판단해 적임자를 임명했다. 인사를 잘못하면 일이 제대로 안되고 책임은 나에게 온다"며 부정했다. 또 "뭐든지 대선으로 연결한다. 그것 때문에 손해가 많다. 시장 역할을 잘해야 하는데 그것과 연결해서 공격하는 사람이 많다"며 대선 후보로 지목되는 것에 불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