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로, 수입차로..국산 소형차의 '추락'

입력 : 2015-01-22 오후 6:04:13
[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국산 소형차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이 대체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소형차 판매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를 제외한 차급별 승용차 판매에서 소형차 판매량은 2013년 대비 5.3% 감소한 22만7598대로 집계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 증가와 대형차의 신차 효과가 뚜렷했던 가운데, 국산 소형차의 경우 아반떼와 K3가 지난해 연간 모델별 판매에서 각각 2위와 7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다른 소형차들의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KAMA가 소형으로 분류한 차종의 내수 판매량을 보면 벨로스터와 i30의 판매량이 각각 전년 대비 39.2%, 36% 급감했다. 같은 기간 프라이드와 엑센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4%, 18.9% 줄었다.
 
◇최근 5년간 국산 소형차 판매량 추이.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처럼 지난해 소형차가 홀대 받는 사이를 틈다 다른 차급의 판매량은 일제히 증가했다. 지난해 대형차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6% 늘었고, SUV와 미니밴(CDV)도 각각 15.1%. 12.9% 판매량이 신장됐다. 경차와 중형차의 판매량도 2.6%, 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내수 승용차 판매도 6.8% 늘어났다.
 
추세를 보면 심각성은 더해진다. 소형차의 판매 부진은 지난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2013년에도 소형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9% 줄었다. 최근 5년간 소형차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매년 1~2만대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승용차 내수 판매량의 증감폭보다 소형차가 매년 더 큰 감소폭을 나타내는 것도 특징적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승용차와 소형차 판매량 증감 비율.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소형차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경차와 준중형차, 수입 소형차 사이에서 국내 소형차의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차는 취·등록세 면제와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용주차장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소형차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수입차의 공세도 무섭다.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실속형 차량을 꾸준히 내놓으며 국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파워와 가격 매력까지 갖춰 판매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실제 지난해 2000cc 미만 수입차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28.5% 급증한 10만7490대를 기록할 정도로 열풍을 보였다.
 
이 같은 폭풍적 성장세에 수입차 업계는 올해 들어서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질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BMW의 뉴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아우디의 A1가 국내 출시될 예정이며, 폴크스바겐도 베스트셀링카인 신형 폴로의 출격 채비를 마쳤다.
 
아울러 지난해 국산 소형차는 신차 효과마저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 다른 차급은 신차 출시에 따른 재미를 봤지만, 소형차는 이마저도 소외됐다. 특히 제네시스와 QM3는 각각 3만6300여대, 1만8100여대를 판매해 3200%, 1481%의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수익성이 좋은 대형차 시장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형차 소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차의 경우 취득세 면제 등 혜택이 있고, 다른 차종의 경우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신차 효과를 본 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왕이면 큰 차를 선호하는 심리, 높아진 눈높이 등도 국내 소형차 시장의 정체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유럽 등 해외에서는 소형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고, 수입차 업체도 국내 소형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력 갖춘 제품 개발과 다양화 전략 등이 없다면 국내 소형차 시장은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올 들어 국내 자동차 업계도 주춤한 소형차 시장을 인식한 듯 신차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소형 SUV 등을 앞세워 빼앗긴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기아차가 더 뉴 모닝을 내놨고, 쌍용차는 4년만의 신작인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한국GM은 신형 스파크를 선보인다.
 
◇기아차 더 뉴 모닝, 쌍용차 티볼리.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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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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