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녹아있는 슈틸리케호

입력 : 2015-01-26 오후 1:24:4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스페인 축구와 독일 축구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으로 꼽힌다.
 
그는 주로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1977~1985년)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서독 축구 국가대표 선수(1975~1984년)와 지도자로 독일 유스팀 감독(1998~2006년)과 독일 국가대표팀 코치(1998~2000년)를 역임하며 독일 축구와의 끈을 이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이하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의 지도자로서의 독일 축구의 최근 흐름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걸출한 스타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조직력을 중시하며 세계 축구의 흐름을 뒤바꿨다.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모습이 엿보인다. 그의 언론 대응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선수 개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가장 꺼린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선수가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해 주목받으며 대표팀이 변화무쌍한 팀이 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런 방침 속에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아시안컵 4강에 올려놨다. 지난해 9월5일 공식 부임 이후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독일 축구에서 무얼 봤나
 
지난해 독일 축구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은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으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세계 최정상 자리(역대 4회)에 복귀했다.
 
독일의 이 우승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바꿔놓는 일이 됐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로 대변되던 세계 축구가 한발 더 발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독일은 과거와 달리 스페인처럼 점유율을 우선으로 두면서도 꼭 그게 해답은 아니라는 듯 상황에 맞는 축구를 했다. 가끔은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짜릿한 역습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안에서 선수들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유연한 전술변화를 보였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2차전 가나(2-2무)와 3차전 미국(1-0승)에 다소 어려운 경기를 펼치긴 했지만 "어떤 경기를 해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16강전 알제리(2-1승) 경기와 8강전 프랑스(1-0승)와 경기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끝내 승리를 거뒀다. 4강에서는 브라질을 만나 7-1 대승을 거두며 역사에 남을만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공을 쫓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라던 게리 리네커(잉글랜드)의 말이 현실화됐다. 세계 축구계는 어떻게든 경기에서 이기는 끈끈함을 독일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독일 축구대표팀. (사진=로이터통신)
 
◇"승리가 중요하다"는 슈틸리케 감독
 
슈틸리케 감독의 출사표를 되돌아보면 그와 독일 축구의 철학이 더욱 겹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 경기의 스타일만으로 성공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 점유율이 몇 퍼센트인지 패스를 몇 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승리가 중요하다. 어떤 날에는 티키타카가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어느 날에는 공중 볼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말은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선수 발굴과 전술 변화로 이어졌다. 독일 축구를 직접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차두리(FC서울), 손흥민(레버쿠젠), 김진수(호펜하임)는 이미 슈틸리케 감독과 궁합이 잘 맞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명이던 이정협(상주상무)을 대표팀에 선발해 아시안컵이라는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그 이전에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을 뽑은 이유는 이동국(전북현대)과 김신욱(울산현대)을 대신할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꼭 필요하다는 의중이 깔린 셈이다.
 
후보 골키퍼로 분류되던 김진현(세레소오사카)의 대회 무실점 행진도 빼놓을 수 없는 발굴 중 하나다. 그동안 소속팀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았던 남태희(레퀴야)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대표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측면 공격수로 주로 뛰던 조영철(카타르)은 슈틸리케호의 '제로톱 전술'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소화하고 있다.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주호(마인츠)는 기성용(스완지시티) 못지않게 대표팀 내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완벽한 중앙 수비수가 아닌 장현수(광저우푸리)도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 속에서 중용되고 있다.
 
이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보인 모습과도 얼핏 닮았다. 독일은 당시 2선 공격수인 마리오 괴체와 토마스 뮐러(이상 바이에른뮌헨)를 이따금 제로톱 전술의 최전방에 놓으며 유기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게다가 대회 중반 이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발탁한 필립 람(바이에른뮌헨)을 본래의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으로 되돌려 상황에 맞는 전술 운영을 펼쳤다.
 
독일 축구의 단면과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은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아시안컵전까지 자신이 직접 찾아볼 수 있는 K리그 경기장과 아마추어 경기장을 찾아 한국 축구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아시안컵이라는 큰 시험 무대를 거친 이후에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발굴과 변화무쌍한 전술이 더욱 농익을 전망이다.
 
◇김진현.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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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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