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류석기자] 금융위원회가 핀테크(금융+기술) 육성 지원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IT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IT(정보기술) 및 금융업권에서는 정부가 결제·송금 등 지급결제 분야의 걸림돌을 치우려는 노력은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가려운 곳은 긁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P2P대출, 인터넷은행 등으로 대표되는 예금·대출 분야, 투자자문에 대한 육성책은 빠진데다가 금융권에서 기대한 고객 정보 공유에 대한 내용도 빠져 있어 아쉬움이 짙다.
◇신규 핀테크 기업들 "그림에 떡"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국의 이번 발표가 다소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장 핀테크 스타업 기업들에게 '그림에 떡'인 경우가 많다.
우선 비조치의견서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IT업체들에게는 신청자격 조차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A 핀테크 업체는 "비조치의견서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게 했지만 신청자격이 여전히 금융기관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신청자격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비조치의견서는 서비스 출시 전에 금융당국에서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간편결제 서비스 개발의 핵심인 보안성심의가 지금 당장이 아닌 오는 6월 폐기될 예정이라 실질적인 간편결제 활성화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업체는 "사전등록 없는 간편결제활성화는 1분기 내에 시행이 된다고 했지만 보안성심의 폐지는 6월로 예정돼 시기가 맞지 않는다"며 "반년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보안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C 업체는 "전자금융업자 책임보험가입 최저한도 상향 및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도입 등 사후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시행은 많은 투자비가 들어가는 부담이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기대를 모은 고객정보 공유금지 완화가 담기지 않아 실망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활용한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으로 은행, 카드 등 계열사의 금융서비스를 융합한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카드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지주 계열사 간 영업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를 금지하는 규제가 도입된 바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고객정보 등 금융지주사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룹 내 계열사끼리는 신용위험 관리 등 일부 목적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사진=애플 홈페이지)
◇인터넷전문은행·P2P대출은 제외.."해외기업 종속 우려"
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내용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선결조건인 '은산분리(산업의 은행 소유금지)'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의 4%만 인수할 수 있어 IT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
금융위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과제를 올 상반기 과제로 남겨뒀지만, '은산분리'를 손보지 않고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 IT업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동시에 P2P 대출 등 아직 진출하지 못한 신사업 관련 규제완화는 빠져있다. 일례로 해외에서는 핀테크 업체 '온덱'이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100% 온라인 기반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P2P 대출에 대해서 대부업이나 유사 수신업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오프라인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온라인만 규제를 안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송금의 경우에는 외환거래법이 걸림돌인데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해외 핀테크 기업들이 국내 금융기관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우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페이팔은 하나은행과 업무제휴를 맺고 한국인 대상 해외 소액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도 국내 대형 면세점과 제휴를 맺고 중국인의 위안화 직접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안일한 정책으로는 국내 핀테크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