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0년래 최저치인 6.1%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입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낙관론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기대 이상'이라고 표현할 만큼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中 경제, 이미 바닥 통과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6일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6조5745위안(9390억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시장의 충격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수치는 이미 시장이 내놓은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3월 들어 투자와 공업생산액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중국 경제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신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부양책과 국유은행의 대출 확대에 힘입어 투자는 큰 폭으로 늘어 1분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8.8%로 전년 동기보다 4.2%포인트 높았다.
3월 공업생산증가율도 8.3%로 3.8%를 기록한 지난 1~2월 평균치보다 크게 늘었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1.2%로 -1.6%를 기록한 지난 2월보다 감소폭이 줄었다.
고정자산투자와 소매판매도 전년 대비 각 28.8%와 15% 증가했다.
3월 수출 증가율 역시 -17.1%로 나타나 -25.7%를 기록한 전달보다 큰 폭으로 호전돼, 중국의 3월 무역흑자는 총 186억달러로 지난 2월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장리쥔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내수의 증가가 빠르고 외부의 부정적 요소가 줄어들어 중국 경제의 회복 국면은 이미 정립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리양잉 홍콩 골드만삭스 연구원도 "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1분기 성장률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조용찬 한화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정부의 투자 본격화와 소매판매 양호, 기업 재고조정 마무리 등으로 중국 경제가 1분기 저점을 돌파한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향후 회복이 부진할 경우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추가 부양책 마련이 기대되는 만큼 중국 경제는 단계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 경제, 아직 저점 아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6일, 중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 들었다고 강조한 리샤오차오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즉답을 피하며 “중국 경제가 침체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돌려 말했다.
16일 저녁,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중국의 경제회복 기반이 아직도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중국 경제가 위기를 탈출했다고 강조해 왔었다
홍콩의 한 전문가는 중국 경제의 이른바 ‘저점 논란’에 대해 “관리들이 ‘경기 바닥론’에 대해 아니라고 하면 시장이 냉각될 것이고, 통과했다고 말했다가 추가 하락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해 중국 관리들의 어쩔 수 없는 모순적인 태도를 설명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을 주장하는 1분기 경제지표의 해석도 ‘아전인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원(穩), 콰이(快), 가오(高), 쒀(縮)’ 4개의 낱말로 1분기 지표결과를 평가했는데 공업 부가가치 증가율(5.1%)이 안정되고, 투자(28.8%) 및 소비회복이 빠르며, 신규 대출 증가율이 높고,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게 그 요점이다.
하지만 공업 부가가치 증가 추세 중에 전력사용량은 오히려 3% 떨어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이전 분기와 대비한 지표 분석에 대해선 그 결과가 내년에 나올 것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정철호 베이징 포스코연구소 대표는 “신규 대출 증가가 가파르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은 공공투자부문으로 흘러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실제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와 내수 소비 진작, 성장에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이날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침체가 심각해 중국의 대외여건이 단 기간에 회복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중국 경제가 저점을 찍었다는 설명에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루정위에 싱예(興業)은행의 경제학자 역시 “아직 경기에 온기가 들어왔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저점 통과..문제는 지속 성장
시장의 평가는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저점을 찍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집중되고 수출이 살아날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악화될 수 없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하락 국면에서 벗어났지만 이 같은 모멘텀이 얼마나 지속력을 같느냐는 것이다.
올해 이후의 성장 동력을 이미 끌어다 쓴 중국 정부가 향후 추가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데이빗 코언 액션 이코노믹스 연구원은 "중국이 최악의 시기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 회복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소비자 지출과 주택 판매, 기타 민간 부문이 지속적인 반등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 중국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향빈 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 경제가 1분기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경제의 주축인 순수출이 GDP성장률에 마이너스 기여도를 보임에 따라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는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찬 한화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향후 이전과 같이 급속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중국 정부의 고민”이라고 분석해 지속 성장을 위한 중국 정부의 추가 모멘텀 마련이 중요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