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제유가 급락이 '쓰나미'로 돌아왔다. S-Oil은 정유사업 부문에서만 지난해 연간으로 6987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가운데, 영업손실의 70%가 하반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부진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고전하던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직격탄이 됐다. S-Oil은 정유와 석유화학 설비의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시설 개선 일정을 앞당겨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Oil(010950)은 30일 지난해 매출액 28조5576억원, 영업손실 258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난 1980년 정제시설을 가동한 뒤 34년 만에 첫 적자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정유사업 부문이었다. 정유사업은 지난해 연간으로만 69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지난해 4분기 적자 규모가 3068억원에 달했다. 전분기 1860억원의 적자를 합치면 4928억원의 대규모 손실이다. 정유사업 전체 영업손실 가운데 70%가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출처=S-Oil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자료.
정유부문의 부진은 무엇보다 국제유가 급락이 뼈아팠다.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이 60.23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42%나 급락한 수치다.
그 여파로 정유 사업은 지난해 4분기에만 2500억원의 재고손실이 발생했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급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2분기 대비 개선돼 6달러대 초반으로 올라섰지만, 국제유가 급락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시차 효과도 수익성에 발목을 잡았다. S-Oil이 최대주주인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공급받는 데는 통상 한 달 정도가 소요되는데, 4분기는 월별로 배럴당 10달러씩 급락했다. S-Oil 관계자는 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송기간 중 원유 매입과 투입 시점 간의 시차로 인해 상당 규모의 마진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캐쉬카우'였던 석유화학 사업 역시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부진을 부추겼다. 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4.5%에서 5.2%로 급락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된 데는 파라자일렌(PX)의 수급 불균형과 원자재인 국제유가 급락 등이 맞물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파라자일렌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그해 11월에는 톤당 1000달러대가 무너지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만 200만톤 이상의 신·증설 물량이 쏟아지면서 수요부진에 공급과잉까지 떠안아야 했다. 이에 S-Oil은 지난해 하반기 파라자일렌의 가동률을 80%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믹스드자일렌(MX)의 생산 비중을 늘렸다. S-Oil 관계자는 "파라자일렌 공장은 당분간 80%대의 가동률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 "PX의 생산을 줄이고, MX의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활유기유 사업은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13%.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는 비수기 진입과 공급과잉 등으로 가동률이 80%대 후반이었다"면서 "현재는 9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제유가에 대해서는 '바닥 다지기'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S-Oil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최근 10일 동안 45달러 수준을 기록하며 바닥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추가적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재고손실이나 원유, 코스트의 시차 효과 두 가지 요인 다 없어지기 때문에 싱가포르 정제마진 효과가 고스란히 정제 마진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Oil은 올해 신규 프로젝트와 설비 유지보수 등에 503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공정개선 및 유지보수에 2240억원을 지출한다.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설계에 139억원, '수퍼 프로젝트'로 명명된 공정 개조 및 개선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프로젝트에 909억원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