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써니힐. (사진제공=로엔트리)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그룹 써니힐이 새 앨범을 내놨습니다. 지난 2007년 데뷔해 데뷔 9년차를 맞은 팀인데요. 그동안 팀 구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죠. 데뷔 당시 써니힐은 남성 멤버인 장현(30)과 여성 멤버인 승아(28), 주비(29)로 구성된 3인조 그룹이었는데요. 지난 2011년 새 여성 멤버인 코타(28)와 미성(29)이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혼성 5인조 그룹으로 팀 구성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유일한 남성 멤버였던 장현이 팀을 떠나면서 4인조 걸그룹이 됐는데요.
현재의 써니힐은 팀 구성만 봐선 분명 걸그룹입니다. 하지만 ‘걸그룹’이란 타이틀이 써니힐에겐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데요. 써니힐이 데뷔 후 ‘미드나잇 서커스’, ‘베짱이 찬가’ 등의 노래를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찍어낸 듯 똑같은 아이돌들의 노래와는 분명 다른 음악을 하는 팀이 바로 써니힐입니다.
지난달 29일 발매된 써니힐의 정규 1집 앨범 ‘써니 블루스’(Sunny Blues)의 파트B를 통해서도 이런 써니힐만의 개성 있는 음악 색깔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은 지난해 8월 발매됐던 파트A에 이어 써니힐이 선보이는 정규 1집 앨범의 두 번째 파트인데요. 인트로와 타이틀곡인 ‘교복을 벗고’를 포함해 총 8곡이 실려 있습니다.
타이틀곡부터 살펴볼까요?
써니힐은 정규 1집 앨범 파트A의 타이틀곡인 ‘먼데이 블루스’(Monday Blues)를 통해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표현했었는데요. ‘교복을 벗고’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입니다. 써니힐은 이번에도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를 내놨습니다.
평균 나이 28.5세, 데뷔 9년차의 써니힐은 직장인들의 애환에 대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오늘따라 출근길은 정말 많이 춥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 이번 여름에는 휴가도 못 갔죠. 내가 원한 삶이 아닌데. 그 때마다 생각나죠. 교복 입은 그 때 뭘 입을지 고민하지 않았지. 명찰 잊지 않고, 머릴 빗던 꿈꾸던 소녀. 행복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화장 안 하고도 깨끗했었던 철부지 소녀야. 하루하루 매일 변해가네 난 다시 돌아가고 싶어. 꺄르르 웃던 행복했던 그 시간들이 그리워."
꿈 많던 소녀 시절을 뒤로 하고 빡빡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사입니다. 이 곡엔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등 부드러운 소리의 목관 악기 연주가 포함돼 있는데요. 풋풋한 소녀 시절을 회상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담은 곡 전체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고요, '교복을 벗고'의 뮤직비디오에는 멤버 주비가 주연으로 출연해 직장인의 생활을 직접 연기했습니다.
2번 트랙에 실린 '베터 워먼'(Better woman) 역시 인상적인 곡인데요. 멤버 주비가 작사에 직접 참여한 노래고요. "좀 더 나은 여자가 되고 싶다"는 여성으로서의 가치관을 담은 노래입니다.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곡인데요. "한 번쯤 나도 영화 속 멋진 여배우처럼 화려한 삶을 꿈꿔보지만 그건 나와 맞지 않는걸. 내버려둬 지금껏 잠들어있었던 나를 찾아 떠날래. 자유롭게 그저 이끌리는 대로 나를 맡길래"라는 가사의 노래입니다.
4번 트랙의 '킹 앤 퀸'(King & Queen)은 경쾌한 느낌의 댄스곡입니다. 언젠가 나타날 운명의 상대를 꿈꾸는 동화 속 주인공의 마음을 담아낸 노래인데요. 써니힐은 "We'll never be King and Queen 돌려줄게 Couple ring"라는 가사로 된,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의 후렴구와 힘을 빼고 맑은 느낌을 살린 스타일의 보컬을 통해 이 곡의 순수한 감성을 표현해냈습니다.
5번 트랙엔 달콤한 느낌의 곡인 '현재 연애 중'이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에 대해 표현한 곡인데요. 예쁜 사랑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게 될 지도 모릅니다. "뭐랄까 그 사람 꽤나 근사하달까. 잠자코 가만히 나를 바라볼 때 말야. 있잖아 손끝은 짜릿하고 머릿속은 하얘져. 왠지 사르르르 녹아 드는 기분이야"라는, 가슴을 살랑살랑 흔드는 가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6번 트랙엔 '그대 찬양'이란 곡이 실려있는데요. 써니힐을 탈퇴했던 남성 멤버 장현이 만든 프로듀싱팀인 '우주정복'이 작곡과 편곡을 맡은 노래입니다. 멤버 미성이 이 노래의 작사에 참여했는데요. 미성이 직접 쓴 귀여운 느낌의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내 사랑 그대 찬양 어떡해 너무 좋아. 쉴새 없이 자랑해도 막 모자른걸 단점이 뭘까? 그대의 전화기엔 꿀 같은걸 발랐나. 자꾸 달달해서 참기가 어려운걸 끊기 어려워"란 가사고요. 곡의 귀엽고 발랄한 느낌을 잘 살려낸 써니힐의 보컬도 돋보입니다.
써니힐의 메인보컬은 주비인데요. 주비의 솔로곡이 7번 트랙에 있습니다. '티어즈 온 마이 립스'(Tears on my lips)란 제목의 곡인데요. 주비의 뛰어난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주비는 이 노래를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별의 아픔을 표현해냈습니다. 애절한 느낌의 창법을 선보이는 주비의 짙은 감정 표현이 돋보입니다.
마지막 트랙엔 '지우다'란 곡이 있는데요. '지우다'는 지난해 11월 이번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됐던 노래입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지우다'는 원곡을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해서 재편곡한 버전인데요.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원곡의 슬픈 감성이 더욱 강조된 곡입니다.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써니힐은 팬들 사이에서 '직딩돌'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직딩돌' 써니힐이 새 앨범을 통해 이 시대의 '미생'들에게 "여러분의 직장 생활은 괜찮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통해 빡빡한 직장 생활에 지쳐가는 직장인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는데요. 직장인들의 고된 하루, 써니힐의 노래와 함께 시작한다면 좀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 써니힐 정규 1집 파트B 'Sunny Blues'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미생’들을 위한 ‘직딩돌’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