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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올 초 배럴당 40달러대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반등에 성공하며 바닥 다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호재의 진원지는 공교롭게도 '오일전쟁'을 촉발한 미국이다.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정제시설 직원들의 파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등세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떠안았던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유가가 바닥을 확인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추가하락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오일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세계경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도입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일 배럴당 48.81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3.22달러 올랐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6일 배럴당 48.08달러를 기록한 뒤 한달여동안 40달러대 안팎을 오르내리며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30일 배럴당 48.24달러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이날 49.57달러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5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세를 타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원유수급을 둘러싼 역학관계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셰일가스·오일 생산으로 중동 산유국의 집중견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내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석유자원 개발업체 베이커휴즈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석유 시추공은 전주보다 97기 감소한 1223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 이내 최저 수준이다. 시추공 장비 감소는 현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향후에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추 중단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저유가가 계속되는 현 단계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2위 석유기업 셰브론도 올해 석유개발 부문 투자금액을 350억달러(한화 약 38조5000억원)로 책정했다. 지난해 대비 13% 감소한 규모다. 셰브론 역시 유가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오일전쟁의 승부가 감산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국제유가 하락을 방관해온 중동 산유국에 기우는 분위기다. 미국 정제시설 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유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가격 추이다.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회복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S-Oil은 지난달 말 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국제유가가 최근 10일 동안 45달러대를 유지하는 등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바닥론을 제기하기에 이르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김준 SK에너지 전무는 지난달 23일 열린 '2015년 1차 에너지미래포럼'에서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48달러대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3년 간 배럴당 40달러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태도 변화를 꼽았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서 140달러대 후반까지 널뛰기할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앞장서 공급 조절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감산불가를 선언하며 사실상 유가급락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 확실시되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도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와 공급 모두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