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을 개정할 경우 통신사업자가 준비해야 하는 비용은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단순 감청을 넘어 위치추적 등 감청의 수준을 높이면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큰 비용 부담을 줘 통신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아, 이 문제가 법개정까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유선호 의원)가 21일 법사위 회의장에서 개최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문승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사무국장은 "전기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제공과 무관한 통신제한 조치 등 협조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전액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통비법 수정안이 통과되면 법률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겠지만, 그에 따라 수반되는 예상비용에 대한 산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감청장비에 대한 기술표준이 없고, 세부적인 감청 대상의 범위나 설치방법이 모호해 비용 부담은 힘들다는 것이 통신사업자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문 사무국장은 "통신사업자에게 구비기간을 의무화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고 덧붙였다.
통신사업자마다 시스템이나 서비스 등의 환경이 다양한데도 개정될 통비법은 일률적으로 구비기간을 의무화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형평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의 감청설비 표준제정, 기능개발 및 전체시스템 적용을 위한 충분한 검증기간을 고려해 구비기간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 법제사법센터 소장도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지 않을 경우 비용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감청 집행비용이 감청 1건당 4만8477달러(한화 6302만10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 각국의 입법사례는 감청 관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한다고 명시해 통신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어떤 논리로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는 "우리 나라가 감청설비를 도입할 경우 5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정도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감청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감청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마련한 5억달러 규모의 TCC(Telecommunications Carrier Compliance)펀드가 몇년새 5000만 달러 수준 밖에 남지않고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현재의 감청 수준이 부족하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법률로 감청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를 이용한 위치정보 등에 대한 남용으로 일어날 폐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며, 감청 방식중 GPS를 이용한 위치추적은 법률 개정안에서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여야 의원들이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팽팽히 맞서,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