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전셋값 언제까지 오를까?.."전세 사라질때까지"

입력 : 2015-02-04 오전 11:32:36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자주 연락하는 공인중개사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전셋값이 언제까지 오를까요?"
 
매년 아니 매달 설마 여기서 더 오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또 다시 오르는 전셋값을 보고 어디까지 오를지, 현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이 질문에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없어질때까지 오르지 않을까요?"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다.
 
웃자고 답했지만 100% 농담은 아니였습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 같았습니다.
 
임대차 시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생각이 확연히 다릅니다.
 
집주인은 남은 주택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해 수도권 집값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평균 1%대에 그쳤습니다. 전세난을 틈타 월세공급으로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이 수익률면에서 우세합니다.
 
세입자는 여전히 전세를 선호합니다.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방2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서울에서 50만원~100만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 소득의 상당부분이 월세로 나가게 됩니다. 전세제도가 애초에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전세라는 것을 알면 월세는 정말 ‘생돈’ 나가는 기분입니다.
 
전세가 공급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정부가 4대강에 돈을 퍼부었듯 미친척하고 직접 전세를 짓는다는 가정 빼고, 집값이 폭등하거나 은행이자가 10% 넘어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집값이 폭등한다면 여유자금을 지닌 투자세력이 추가 주택을 구입하고 전세를 줄 것입니다. 또 그 보증금으로 다시 주택을 사고, 그 집은 전세로 나오게 됩니다. 과거 전세제도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며 부동산시장에서 사라져야할 대상 중 하나로 꼽힐때 처럼요.
 
은행이자가 10%를 넘어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현재 전세의 월세 전환율은 10%를 약간 하회합니다. 금융상품 중에 이만한 투자수익률을 내는 상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공실이라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짭짤한 수익처입니다. 그런데 은행이자가 10%를 넘어간다면 굳이 월세를 줄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에 가만히 모셔만 놔도 10%대 이자가 나오는데 공실 위험도 있고, 불량 세입자를 만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월세를 놓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두가지 다 불가능한 얘기죠.
 
주택시장이 안정화구조에 들어간 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폭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국지적인 단기 급등은 오겠지만 전반적인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주택부족기도 아니고 주택보급률도 100%를 넘었죠.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이 공급 감소 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자 건설사들은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량을 물량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수급불일치에 따른 폭등도 어렵습니다.
 
과거 연 10%가 넘는 예금이자를 줄 때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제로금리 시대입니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죠. 현재 은행예금금리는 평균 2%대 초반입니다. 외환위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거나 시장에 돈이 넘쳐나는 시기가 다시 온다면 모를까, 10%대 예금이자시대가 다시 오기 힘들겠죠.
 
주택폭등과 은행이자 10%가 맞물리는 시대는 가장 최근 2000년대 초중반이었죠. 당시 전세난이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과거 임대차시장에서 비주류였던 월세는 매매시장 안정과 전세난에 주류로 급부상했습니다. 월셋집은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절반을 넘습니다.
 
임대차시장에서 전세는 계속 줄고, 월세는 증가세를 그리는 추세입니다. 매매전환으로 주택매매수요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셋집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요감소 속도보다 공급감소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분명 전세제도가 부동산시장에서 악의 축으로 불리던 시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멸종이 가까워지자 보호해야하는 전세계 유일의 천연기념물이 되고 있는듯 합니다.
 
전세값은 과연 전세제도가 사라질때까지 오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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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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