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농협은행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STX그룹 관련 대규모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예금자 보호가 우선인 채권은행으로서 담보가치를 지키려는 본연의 역할을 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당국의 이번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4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농협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결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서 여러차례 논의를 마친 상태"라며 "중징계 등 검찰 고발조치 사안은 결과가 공개될 것이고, 자체 조치가 가능한 경징계 등은 따로 결과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농협은행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금감원은 STX그룹이 채권은행이었던 농협은행의 요구로 STX팬오션 주식을 지난해 10월 초중순 대량 매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지난해 팬오션에 대한 채권단 실사에서 팬오션의 감자가 이뤄질 가능성을 엿보고, STX 대출에 대한 담보로 잡고 있던 팬오션 주식을 팔도록 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팬오션이 감자를 하면 주가가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데 따른 손실을 회피하려 했다는 것. 실제로 팬오션은 1주일 가량 뒤에 대주주 보유 지분에 대해 10대 1 감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에서는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9월 5일 법원에서 나온 STX팬오션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받아보고 감자 계획을 입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조사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8월부터 STX그룹과 주식담보로 잡은 팬오션 주식 매각에 대한 의사결정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STX그룹에 내준 주식담보대출의 부도를 막기 위해 담보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팬오션의 감자는 당시 시장에서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팬오션 주식을 매각하기 3개월 전인 6월에 이미 팬오션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였다. 또 산업은행 인수를 포기하면서 감자는 기정 사실화됐다는 것.
농협은행 관계자는 "팬오션이 관리종목으로 지정이 됐고 감자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주식담보대출 담보를 보강하는 것은 예금자 보호가 우선인 은행으로서 당연한 임무"라며 "관련해서 당국에 소명을 마쳤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은행들도 금융당국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정보 이용건으로 초유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면 은행들도 앞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주식담보대출를 지원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