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6년만에 공공기관에서 벗어난 한국거래소(이사장 최경수)가 또다시 내홍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방만경영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거래소 정관을 개정한 것에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는 당초 기관협약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던 한국거래소에 대한 경영 평가와 예산심의 등의 사항을 거래소 정관에 강제 기재했다"며 "이는 초법적 월권행위며 거래소에 대한 슈퍼갑질"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는 정부설립 또는 출연기관도 아니고 정부지분이 전무한 상법상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영기업"이라며 "이번 금융위 경영평가의 정관기재는 헌법 제126조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126조에 따르면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간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소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은 거래소의 방만경영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한 정관기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하면서 거래소의 방만경영 재발방지책을 검토한 후 추후 방만경영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가 관리·감독하는 것을 전제로 지정해제했고, 거래소는 정관개정으로 금융위와 경영성과 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이번 정관개정을 통해 법적으로 사영기업인 거래소가 금융위에 구속될 장치가 마련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정관기재는 지난해 12월 주주총회에서 다뤄졌고 노조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 부분은 거래소가 스스로 정관에 기재하기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의 입장은 달랐다. 노조 관계자는 "정관기재가 주주총회에서 다뤄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노조는 분명히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노조는 공공기관 지정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실패하자 노조 측은 "법적으로 공공기관으로 묶어둘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기재부의 그러한 결정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행정 소송을 진행했었지만 그 후 합의를 통해 소를 취하했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도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번 법적인 근거가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를 둘러싼 행정 결정이 생기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