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잇따라 외국계 자본에 팔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계 자금에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론스타' 같은 사례가 또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도한 우려감보다는 금융시장 성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저성장기에 빠진 국내 금융산업에 촉매제가 돼 금융산업 전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철저하게 규정에 따라 감시·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해외자본 유입 불가피"..'외국자본=먹튀' 시각 경계
국내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못찾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자본에 팔리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미 경쟁력이 낮아진 금융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높다.
특히 전문가들은 론스타 사례만을 놓고 무조건 '외국자본=먹튀'라는 시각으로 외국자본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론스타 사태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과도한 주주배당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 자체를 먹튀로만 규정해 해외자본의 유입자체를 나쁘게만 바라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삼아 철저한 감시·감독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우리나라 기업이나 자본도 중국 등 해외에 많이 나가있는 상황에서 해외자본 유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는 것은 호혜성의 원칙에 있어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이미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어 호혜성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근접국가로 전략적으로 우리나라 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며 "정신차리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이 잠식당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촉매제 될 것..국내 금융경쟁력 업그레이드 계기"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10년전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칠 때만해도 20위권 수준이었던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로 급강하했다. 이는 가나(62위) 보츠와나(57위) 콜롬비아(70위) 네팔(75위)보다도 못한 수치다.
이런 부끄러운 성적표를 앞에 두고 자본의 원천을 따지기 전에 자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린 시장 경쟁체제에서는 고객들에게 선택받는 금융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냐 해외냐 자본의 원천에 관계없이 고객들에게 잘하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에 하나의 자극제가 돼서 금융사 전반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의 촉진 측면으로 바라봤을 때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만계 자본에 인수된 동양증권은 지난해 10월 유안타증권으로 출범해 범중화권 증권사로 변신했다. 아직 성공여부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투자의 연결고리를 제공해주는 등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해주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유안타증권이 범중화권 증권사로 커나가고 있는 것처럼 분명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금융산업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