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약 연구개발에 전체 매출액의 20% 가까운 금액을 쏟아 붙는 제약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제약사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연구개발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실함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국내 제약시장이 정체되면서 신약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투자규모, '08→'12년 4년새 70% ↑..혁신형 기업이 '주도'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의 '2013년 보건산업백서'에 따르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08년 6858억원에서 ▲2009년 7868억원 ▲2010년 8103억원 ▲2011년 9803억원 ▲2012년 1조171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41개 혁신형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금액은 2010년 7595억원에서 2011년 9172억원, 2012년 9551억원, 2013년 1조415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과 2013년 연구개발비를 견줘보면 4년 사이 37%가 늘어난 셈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2010년 10.07%였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1년 11.58%, 2012년 11.77%, 2013년에는 12.30%를 기록했다.
정윤택 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장은 "제약사들이 일괄약가인하,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정부 규제 강화로 내수시장이 정체되자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R&D 투자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액 중 R&D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기업 연구개발 투자 추이(자료=보건산업진흥원)
◇매출 대비 비중 15% 넘는 제약사도 속출
최근에는 매출 대비 신약 연구개발비 비중이 15%를 넘어서는 상위 제약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15%'는 다국적 제약회사 수준에 버금가는 비중이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25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20%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당뇨신약 '퀀텀프로젝트'의 미국 임상 등을 위해 지난해 1500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명과학(068870)은 작년 7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해 매출 대비 17.5%를 썼다.
종근당(185750)도 지난해 연구개발에 약 750억원을 투입했다. 임상과제 증가에 따른 연구인력 확충으로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 대비 14%까지 상승됐다.
◇신약 22호 탄생·해외 진출 등 '성과' 가시화
연구개발 증대는 국산신약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10개 내외였던 국산신약은 2010년 이후 가속도가 붙으면서 22개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 신약 21호 카엘젬백스의 췌장암치료제 '리아백스주'가 탄생한 지 5개월도 채 안돼 지난 5일 신약 22호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의 관절염치료제 '아셀렉스'가 탄생했다.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의약품과 제약기술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는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카나브(사진제공=보령제약)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는 2011년 발매 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총 17개국에 약 2억달러의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고 있다.
카나브는 발매 첫해 100억원, 2012년 205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33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또 2012년에는 국내신약 생산액 1위(253억원)를 기록했고, 2013년 11월에는 국내 항고혈압제 시장(단일제)에서 글로벌 약들을 제치고 매출액 1위에 올랐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국제 고혈압학회에서 카나브의 효능과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세계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유럽, 미국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고 중남미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웅제약(069620)의 주름개선제 나보타는 2013년 미국 에볼루스사와의 판매 계약을 시작으로 유럽, 중동, 아르헨티나, 남미 시장 등 약 7000억원 규모의 누적 수출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나보타(사진제공=대웅제약)
나보타는 현재까지 60여개국과의 수출 계약에 성공했으며, 올해까지 100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정제공정을 통해 순도를 높인 보툴리늄 톡신 제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 100억원 매출을 올리고, 해외 100개국에 1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올해 목표"이라고 전했다.
비씨월드제약(200780)의 제제기술도 해외진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개량신약·바이오약물 개발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다.
2013년 일본 고아쇼지사와 5년간 1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독일 AET사에 원천기술 라이센싱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JW중외제약(001060)이 자체 기술로 만든 3챔버 영액수액제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2013년 세계 1위 수액제 업체 박스터에 3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