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미란기자] 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뛰어난 유망한 종목들에 대해 증권사들은 고PER을 부여하면서까지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찬사를 보내곤 한다.
이른바 '목표주가 상향 행진'이다.
2월 들어 66.8% 급등하면서 지난 2013년 8월 기록했던 전고점을 훌쩍 뛰어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종목이 있다. 바로 왕년의 코스닥 대장주였던
셀트리온(068270)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증권가는 조용하다. 분석이 간간히 나오긴 하지만 목표주가가 없는 'Not rated' 등급으로 리포트가 나올 뿐이다.
사실 그간 셀트리온에 대한 분석은 전무했다. 지난 2013년 7월 세계 최초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EMA(유럽의약국청) 허가를 받았을 때에도 NH투자증권, 한 곳에서만 분석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후 주가는 2013년 8월에 6만3000원선 돌파 시도를 나타낸 후 증권가의 무관심과 함께 3만원대 중반~5만원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임을 이어갔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지난 2013년 4월 최대주주의 회사 매각 파동,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9316억원 규모 재고자산 우려 제기 등 각종 이슈가 파다하면서 장기간 주가가 횡보하고 투자자에게 소외돼 왔다"고 전했다.
그 후 1년 6개월 만인 지난 16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역사적 고점에 깃발을 꽂았다.
특히 최근 3거래일 연속 양대 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거래대금을 동반하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관망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사상 최고가를 찍은 셀트리온을 바라보며 따로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증권가의 속내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모 연구원은 "리포트를 내긴 했지만 뉴스와 재무제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내가 셀트리온을 몇 년간 탐방하지 않고 구체적인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뚜렷한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제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셀트리온 측에서 재고 해소나 글로벌 판매 계획 등 제시하는 가이던스가 전혀 없었다"며 "램시마가 유럽 판매가 개시된 가운데 향후 조만간 회사 측에서도 활발한 알리기를 시작할 것이고 IR도 국내에서 서서히 시작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램시마의 유럽 판매가 개시되면서 이제부터 증권가의 계산기는 본격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램시마가 선진국 시장에서 통할지, 램시마의 상업적 가치를 눈으로 확인할 단계가 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램시마가 지난 2012년 4분기부터 이미 판매가 시작됐으며 첫 분기에 시장점유율 1%로 시작해 지난해 3분기 19%까지 올라가 분기별로 계속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램시마의 상업적 가치와 기대감을 주가에 선반영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병화 연구원은 "램시마 유럽 판매가 본격화된 가운데 오리지날인 레미케이드의 점유율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램시마가 확보해 나갈지 지켜봐야 한다"며 "약 20%를 램시마가 점유한다고 가정하고 30% 낮은 약가를 감안한다면 램시마 관련 매출은 약 1조원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현 주가는 램시마의 가치를 주가에 빠르게 반영하는 중"이라며 "램시마의 가치를 약 5~6조원으로 평가하는데, 순자산 1조 2000억원을 감안하면 현재 시가총액 6조 7000억원은 램시마의 가치를 이미 충분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2월 램시마의 유럽 출시로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에 주목할 때"라며 "올해 램시마의 유럽 매출 추이가 후발주자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도 지대한 영향"이라고 조언했다.
김현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램시마의 판매가 본격화되는 시기"라며"램시마의 상업적 성공 여부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 이슈 해소와 셀트리온의 지속 성장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미케이드 미국 특허 무효소송의 승소 여부와 미국 출시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느냐에 따라 램시마 가치의 주가 적용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시밀러가 성장 가시성이 높은 산업으로 우리 기업들이 승산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내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이슈에 주목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오는 2019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연평균 64.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라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주요 항체의약품들의 선진국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대가 열린다"면서 "다른 바이오는 몰라도 항체 바이오 시밀러는 국내 회사들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이 완공된다면 잉여생산 설비규모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탑3 수준이 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는 관련 분야 중 유일하게 그룹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며 전세계적인 의료비 절감 기조로 인해 향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