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포스코(005490)가 자동차강판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16일 신규 사내이사로 자동차강판 마케팅 전문가인 오인환 전무를 선임한 것도 포스코의 사업전략이 자동차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조선, 건설, 자동차로 대표되는 전방산업에서 자동차만 수요가 풍부한 점도 포스코의 행보를 서두르게 한 이유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오인환 전무(
사진)는 다음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장인환 부사장이 맡았던 철강사업본부장을 역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직급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오 전무는 지난 2003년 중국 쑤저우의 자동차강판 가공센터인 POSCO-CSPC 초대 법인장을 지내며 CSPC를 50여개 해외법인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으로 길러냈다. 2006년부터는 국내로 이동, 자동차강판 판매실장을 역임했고, 포스코P&S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자동차강판 등 영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가 자동차강판 분야에서만 10년 이상 관리자급이었던 오 전무를 전체 마케팅 총괄 자리(철강사업본부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에 건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입증한다. 건설·조선 등 여타 전방산업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자동차가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권오준 회장이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자동차 생산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서만 연간 3500만대까지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예측이 있다. 동남아나 인도에서도 생산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포스코의 시선이 일찌감치 중국 등 해외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공급처를 기반으로 국내시장을 장악한 현대제철에 대한 의식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포스코의 국내 자동차강판 시장 공급량은 230만톤에 불과했지만, 현대제철은 450만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10년 사이 위치는 역전됐다.
포스코로서는 현대제철이 눈엣가시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술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계기로도 작용했다. 현재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생산량은 820만톤 정도로, 아르셀로미탈(1500만톤)과 일본 신일철주금(1000만톤)에 이어 글로벌 3위다.
세계시장에서 통할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 포스코의 주장이다. 권오준 회장이 "경량화와 고강도강을 만드는 능력에서 최고다. 성형, 용접 등 가공기술과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전략 역시 세계 철강사를 압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을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차다.
반면 국내외 철강사들이 너도나도 자동차강판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심화된 경쟁에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물론 중국 업체들 역시 수익성이 좋은 자동차강판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건설·조선업 철강제품처럼 얼마든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