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여전한데 보조금만 줄어..퇴색되는 단통법 명분

가뜩이나 줄어든 지원금.."기기변경은 혜택 못 줘"

입력 : 2015-02-23 오후 4:39:34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고, 이통사들의 서비스·요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겠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명분이 퇴색되고 있다.
 
연말연초 경쟁적으로 늘어나며 기대감을 키웠던 이통사 공시 지원금은 줄줄이 감소해 최근 몇주간 대폭 움츠러들었다. 이통사들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강조했지만 '우회적 보조금' 여부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갈팡질팡하며 출시 몇 달 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폐지·변경됐다.
 
아울러 일선 판매점에서는 "기기변경에는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말도 공공연하다.
 
◇가뜩이나 줄어든 지원금인데 "기기변경은 혜택 못 줘"
 
대학생 김모씨는 지난 설 연휴, 망가진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위해 휴대폰 판매점을 찾았다. 아이폰6 64GB 기종으로 기기변경을 원했지만 이달 들어 이통 3사는 해당 모델의 지원금을 모두 줄였다. SK텔레콤(017670)은 총 10만원, KT(030200)는 4만9000원, LG유플러스(032640)는 3만원을 낮췄다.
 
이에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10만원대 지원금만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기기변경'을 할 경우 추가 혜택은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반면 '신규가입'을 하면 페이백으로 10만원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신규가입을 조건으로 15% 내 유통점 지원금 1만5000원 가량을 더 받고, 한 달 뒤 10만원의 페이백을 약속 받았다. 한 달 뒤 해지하는 조건으로 유료 부가서비스 몇개도 가입해야 했다.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작성한 신규가입 계약서에 페이백과 부가서비스 가입 관련 내용이 표기돼 있다.(사진=김미연 기자)
 
이 사례에서 보면 금전적인 규모가 축소됐을 뿐 불법 페이백, 가입유형별 부당 차등,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권유 등이 여전하다. 그러면서도 더 싸게 살 수는 없다.
 
이에 온라인 카페나 비밀 밴드 등에선 불법 보조금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 '아이폰 재고 25대, 놋4 재고 28대'라고 쓰지만 사실은 아이폰 페이백 25만원, 갤럭시노트4 페이백 28만원으로 읽는 식이다. 단통법이 불법·편법 보조금을 근절하기는 커녕 더욱 음성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단통법 취지에 따라 소수에 집중됐던 보조금을 모두에게 나눠줘야 하므로 공시지원금 축소는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 목적인 가입유형별 차등 금지마저 잘 지켜지지 못하면서 법을 도입한 명분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이통사가 유통점에 내려보내는 리베이트(장려금)를 통제해야 하지만, 시장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의 마케팅 수단을 어떻게 법의 테두리에 넣느냐가 난제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 개정보다 보완이라지만.."규제 덫 걸릴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측은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지원금 차등 지급에 대해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인정하며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통신시장의 관습이 오래 이어져오면서 리베이트가 자연스레 당연시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실제 시장에서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며 "긴급중지명령도 현 체제에선 발동하기 어려워 정부가 공동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방통위는 또 불법 지원금과 장려금 부당 인상 등을 집중 조사하기 위한 '전담과'도 개설한다. 전담과에는 방통위뿐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경찰청 직원도 파견되며, 단통법을 중심으로 신고 시스템과 실질적인 조사·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오는 24일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온·오프라인 통합 신고센터'도 개소한다. 이를 통해 불법 지원금 신고 포상제의 최고 보상액을 10배 상향하고, 이통사 장려금에 대해 사업자간 자율신고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법 개정보다는 보완을 강조하며 꾸준히 정비안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실효성 없는 소규제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눌러놓은 규제는 오래 갈 수 없다"며 "이통사 장려금을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장려금 종류도 목표달성 장려금, 고객친절 장려금 등 때와 명분에 따라 몇개씩 만들어진다"며 "가입자 모집시에 활용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끼기 때문에 유통망의 음성적인 활동을 단순히 정부 규제로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빠르면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단통법 종합대책'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단통법과 관련해 시장에 문제가 생겨도 즉시 조치할 수 있는 '종합화대책'이 성안 단계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지난 연말부터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 4건은 최근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다. 분리공시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이들 개정안의 처리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어 단통법 논란을 또다시 촉발시킬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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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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