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역성장의 덫에 걸린 대형마트가 또 한번 규제 폭탄을 맞을까 노심초사다. 내수부진에 더해 의무휴업 여파로 최근 몇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와중에 또 다시 대형마트를 겨냥한 규제법안이 발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설등록 강화와 전통시장과의 거리 확대 등 더욱 강화된 법안들이 정치권에서 줄줄이 발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 일부를 지역상권 상생부담금으로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조치가 위법이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잠시 숨통이 틔아나 싶던 찰나에 또 다른 규제 역풍이 예고되면서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적 발목을 잡고 있던 정부 규제가 풀릴 경우, 한숨 돌릴거라는 희망이 졸지에 사라져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항 신설과 2013년 의무휴업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 시행으로 최근 대형마트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악으로 불릴정도로 실적이 곤두박질 친 만큼 이 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을 두고 '대형마트 잔혹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마트(139480)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 급감한 5831억원에 그쳤다. 업계 1위 업체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업체들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83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무려 64%나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규제가 시행될 경우,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 없다며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내수 핵심 소비채널인 대형마트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내수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정부 방향과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이 실시된 후에도 사실 상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냐"며 "대형마트 영업에 족쇄만 채우는 것이 중소상인을 살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추가적인 제재들이 시행될 경우, 현재 계획하고 있는 신규 출점계획도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의무휴업 실시 여파로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고 있는데 여기서 숨통을 더 조이는 건 그야말로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 없다"며 "이 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은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일방적인 강압행위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처럼 법안 발의 시작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규제안이 구체화 과정을 거칠 경우, 상당한 업계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법정 다툼 등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물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과 영세 농어민들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형마트도 연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만큼 어떻게 해서든지 추가 규제를 필사적으로 막아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