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시가 사향길에 접어든 전기·전자 메카인 세운상가를 복합 문화·관광 구역으로 부활시킨다.
서울시는 24일 세운가동상가와 청계상가 사이 청계천에 보행교를 건설하고, 종묘앞 세운초록띠공원부터 퇴계로 진양상가까지 보행데크를 연결하는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보행데크가 다 이어지면 종묘에서 남산까지 바로 갈 수 있는 보행로가 만들어진다. 공원과 상가, 호텔 등을 보행로로 잇는 것을 이재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랜드마크 건물이 수평으로 누워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재생사업은 방문객 확대에 초점을 뒀다. 청계천 보행교는 관광객을 위해 기능뿐 아니라 미적인 요소도 고려할 계획이다. 청계천 방문객들이 세운상가 보행데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행교에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접근로도 설치한다.
보행데크는 구역을 나누고 각각 다른 특징을 부여할 계획이다. 보행데크에서 보는 공연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도 구상하고 있다. 또 관광객을 위해 세운상가 탄생배경, 사진, 도면 등을 전시한 박물관 형태 공간도 조성한다.
앞으로 세운상가 주변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개발될 경우 새 건물과 보행테크를 의무적으로 연결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 세운상가에서 침체되고 있는 전자제품 상점들은 사라지고 카페, 음식점, 스튜디오 등 새로운 상점들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죽어가는 세운상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점진적인 재생으로 점포들이 잘되면 상공인들도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운상가를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세운상가 주변 제조업 산업을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건물, 또는 토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 곳에 도심산업 지원센터, 중소규모 공방 등을 만들어 관련 업체들에게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세운상가는 1960년대 조성됐을 때 도심 중심상권이며 전기·전자사업 메카로 부흥했다. 그러나 용산, 강남 등으로 상권이 이동하고 시설이 노후되면서 2000년대 침체기에 빠졌다.
오세훈 전 시장 때였던 2007년에는 세운상가 주변을 재개발하고 개발 수익으로 세운상가 위치에는 녹지축을 조성하는 계획이 수립됐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녹지축 조성 부담 가중, 재개발 수익 감소로 취소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세운상가 재생사업은 기존 상가 건물들을 그대로 이용해 비용은 줄이고, 문화·관광·도시산업 거점으로 발전하도록 돕는 개념이다. 이 본부장은 "세운상가는 서울의 도시 건축적 유산일 뿐 아니라 역사·문화·산업의 복합체로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연결하는 청계보행교 조감도(자료=서울시)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 전체 조감도(사진=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