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기름값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7개월 동안 완만히 하락하던 휘발유값이 국제유가 반등이 시작된 지 단 4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내릴 땐 찔끔, 올릴 땐 빨리"라는 탄식이 터져나왔기 때문.
정유사들에게 왜 이렇게 기름값이 빨리 오르냐고 물으니 하나같이 싱가포르 제품시장과 국내 휘발유 시장의 상관관계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유사가 역내 최대 거래처인 싱가포르 제품가격을 기반으로 공급가를 정하면, 일선 주유소에 유통되고 시장경쟁에 따라 최종 판매가격이 결정된다는 논리다.
실제 국내 휘발유 공급가와 싱가포르 기준가 추이를 비교해 보니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었다. 싱가포르 제품시장의 영향 때문이라는 정유사들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듯 보였다. 국내 공급가격이 너무 비싸면 국제시장에서 더 싼 휘발유 제품이 수입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임의로 상향 조정할 수 없다는 설명도 논리적이었다. 한 정유사는 "국내 석유시장은 완전 개방 시장"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했다. 한국석유공사와 여러 업계에 문의해 보니 지난해 국내 휘발유 수입량은 단 1리터(ℓ)도 없었다. 명목상 완전경쟁 시장이긴 하지만 비싼 물류비에 높은 세금까지 내가며 국내에 수입 휘발유를 공급할 '간 큰' 업체들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수입사들이 휘발유를 들여와 유통시킨 적이 있었지만, 대기업들의 입김에 정부가 관세를 5%로 높이는 등 장벽을 치면서 이마저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막아놓았다. 이후 지금까지 휘발유 완제품이 수입된 적은 없었다.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정유사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반등을 시작한 2월 첫째주부터 곧바로 공급가를 대폭 상향 조정해 2주만에 리터당 120원 넘게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 유가 급락 당시 미세하게 조정되던 공급가 하락과는 딴판이다. 정작 내려야 할 때는 원유 운반, 정제 및 상품화에 걸리는 기간이 두 달이 걸린다 하고, 올릴 때는 별 상관도 없어 보이는 싱가포르 제품시장 가격과 연동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중동 등에서 원유를 도입해 국내에서 정제하는 과정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2월 둘째주 평균 휘발유값은 전주 대비 리터당 35원 넘게 하락하며 우리와 대조를 보였다. 이해에만 집착하는 정유사들의 아전인수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