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2시간 못기다린 금융위..가계부채 인식 의문

입력 : 2015-02-27 오후 3:58:33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1060조원과 1089조원. 각각 지난해 3분기말과 4분기말의 가계부채 잔액이다.
 
전자는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방향을 발표하면서 인용한 숫자고 후자는 불과 두시간 뒤에 나온 한국은행의 지난해 가계부채 통계 자료다.
 
이날 금융위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현황에 대해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금융위는 가계부채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은 물론 통계 선택에서도 황당함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금융위는 가계부채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서 단 두시간 차이로 가계빚이 급증한 지난해 4분기 자료를 빼놓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는 전기대비 29조8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직전분기 20조8000억원보다 43%나 늘었다.
 
금융위는 한국은행 통계 발표와의 시간차 때문에 3분기 자료를 인용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금융감독원의 가계부채 통계 추정치가 한은 자료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으나 이날 공개한 보도자료에는 금감원의 통계 추정치를 싣지도 않았다.
 
한국은행의 통계자료는 연간 발표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다. 따라서 금융위가 협조만 구하면 가계부채 수치 발표일정 조정 및 통계자료를 통일 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여기서 오히려 가계부채 잔액이 적어보이게 하려는 얕은 꼼수가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가계부채 수치 발표는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연간 계획이라 이미 예정돼 있었다"면서 "금융위에서 이와 관련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가계부채 대책 발표 내용을 오히려 되물었다.
 
이쯤되면 두시간 차이조차 조율하지 못하고 불통하는 두 기관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을 위해 얼마나 힘을 합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금융당국은 다른 통계도 입맛대로 골라썼다.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한 근거 중 하나는 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두배 이상 많고 총 자산은 총 부채 대비 5배 이상 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가계부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을 떼어놓고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LTI)은 120.7%로 2년 전보다 3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전체 평균 LTI가 106%대에서 큰 변화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기간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도 16.0%에서 27.2%로 증가하며 전체 평균(17.2%→21.5%)을 크게 앞질렀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도 20%대로 늘었다고 하지만 대출총량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기존대출의 전환보다는 신규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증가의 영향이 더 커 보인다.
 
금융정책은 신뢰와 정확성이 생명이다. 금융위는 홍보효과가 좋은 숫자를 고르기 보다는 정확한 현실인식을 보여줘야 했다. 한은과 제대로 소통조차 못하는 모습 역시 금융당국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금융위도 가계대출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회복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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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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