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전기차 '리프' 매력 속으로

입력 : 2015-03-01 오후 1:21:58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름부터 남다르다. 대기를 정화한다는 의미에서 닛산의 전기자동차 '리프(leaf)'는 나뭇잎에서 이름을 따왔다.
 
2010년 12월 일본과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 1월까지 15만대 이상 팔리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전기차의 메카 제주에서 출시됐다.
 
지난 26일 제주도 켄싱턴 제주호텔에서 본태박물관까지 왕복 60Km를 시승했다. 
 
◇리프의 측면 및 후면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전면은 닛산 고유의 V형태를 계승했다. 특이한 점은 LED 헤드라이트가 위로 튀어나와 있다는 점. 이는 도어미러에 가해지는 공기의 흐름을 분산시켜 소음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후면은 뒷자석과 트렁크 공간 확보, 그리고 공기역학의 교집합을 찾아 옆과 뒤가 볼록한 모양이다. 
 
실내공간이 좁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차량 바닥에 있는 배터리 때문에 뒷좌석 중간 좌석이 불편하다. 중간에 어린아이가 타면 모를까, 성인이 타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수납공간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노트북처럼 큰 사이즈는 무리지만 웬만한 소형 아이템들은 보관할 수 있다. 뒷자석 문에는 휴대용컵을 둘 수 있다.
 
◇리프 뒷좌석 모습 및 내부 수납 공간.(사진=뉴스토마토)
 
트렁크쪽에 배터리가 있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리프의 배터리는 차바닥에 길게 걸쳐 섀시의 중앙 부근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다. 해치백 스타일이기 때문에 2열 시트까지 폴딩하면 적재공간이 더 넓어진다. 골프백 2개, 여행용 트렁크 5개가 들어간다. 일반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닛산이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2열 시트를 폴딩한 트렁크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운전석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구슬 모양의 변속레버다. 동글동글한 게 여심(女心)을 자극하고 남는다. 사용법도 단순하다. 왼쪽으로 당긴 후 아래로 내리면 D, 위로 올리면 후진(R)이다. 주차할 때는 구슬 중간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보통 길쭉한 스틱이 변속레버 역할을 하지만 리프는 짧고 둥근 모양으로 디자인했다.(사진=뉴스토마토)
 
계기판은 두 개다. 직접 타보기 전에는 '굳이 두 개나 필요할까' 의문이 들었다. 막상 타보니 괜히 만든 게 아니다 싶었다. 일반 차량에서 클러스터 역할을 하는 하단의 액정 디스플레이에는 충전 상태와 배터리 온도, 남은 전력, 남은 주행거리 등을 볼 수 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제동되다 보니, 속도 조절을 위해 수시로 계기판을 확인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스티어링휠 가장 인스트루먼트 패널 상단에 위치한 눈썹 모양의 디스플레이에서는 운전 중 속도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섬세하다.   
 
◇리프의 내부 모습(사진=한국닛산)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버튼을 눌렀다. 시동이 걸렸는지 느낌이 없다. 전기차는 100%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때문에 닛산은 시동 전후 경쾌한 음악을 적용해 운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차가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역시 보행자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닛산은 리프에 보행자를 위한 차량접근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리프가 움직일 때 보행자들이 알 수 있도록 차량 전방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보낸다. 이는 시속 30Km 이하일 때 작동하며 온· 오프 설정이 가능하다.
 
시속 80km로 달려도 차 내부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한 나머지 적막할 정도다. 덕분에 상대방과 좀 더 낮은 목소리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운전 피로감도 덜하다. 
 
하지만 너무 조용해도 탈이다. 120Km/h 이상으로 고속운전하면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닛산도 이 점을 인지하고 개발 당시부터 바람과 소음 줄이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일반적으로 헤드라이트는 20~30cm 정도의 길이지만 리프는 80cm 길이에 차체로부터 위로 10cm 돌출돼 있다. 이러한 형태는 정면에서 오는 바람의 방향을 바꿔주고 분산해 준다.
 
◇닛산의 리프는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됐다.(사진=한국닛산)
 
리프가 전기차이기 때문에 파워가 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프에 장착된 AC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80KW(109ps), 최대토크 254Nm(25.9kg·m)의 힘을 발휘한다. 디젤이나 가솔린처럼 폭발적인 힘은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제로백은 약 13초 정도. 시승 중 최고 속력은 152km/h까지 나왔다.
 
스티어링은 알맞게 묵직한 느낌이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에코모드 버트을 누르면 평소보다 더 많은 회생제동시스템을 사용해 차량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운전감은 확 떨어진다. 브레이크와 악셀 모두 반응감이 줄어드는 탓이다. 따라서 에코모드는 전력이 부족할 것 같다 싶을 때 사용하길 권한다.
 
코너링을 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쏠림현상이 크지 않다. 안정적이다. 비결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체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
 
리프를 시승하면서 가장 마음에 든 건 'B모드'(브레이크 모드)다. 한마디로 반했다. B모드는 D모드로 운전을 하다가 내리막길처럼 경사가 있는 곳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하는 경우, 또 갑자기 속력을 줄여야 할 때 이용하면 된다. B모드로 해놓으면 브레이크 밟는 횟수를 줄여줘서 운전 피로감이 덜하고, 그에 따라 승차감도 더 좋다.
  
◇닛산의 100% 전기자동차 '리프'(사진=한국닛산)
  
리프는 제작 과정부터 환경에 신경썼다. 뒷자석 도어트림과 루프트림, 헤드라이너, 카페트, 도어패널, 중앙 콘솔박스 커버 등 차량 구성요소의 25%에 재활용 소재가 적용됐다. 리프의 중량 1460Kg에서 재활용 재료가 25.6%를 차지한다.
   
전기차인 만큼 전력소모 감소에도 공을 들였다. LED 헤드라이트는 할로겐이 사용하는 전력의 50% 정도만 소모한다. 리어 스포일러에서는 태양열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전지판도 장착해 소형 배터리 충전을 돕는다.  
 
◇리프는 차량 전면에 충전소켓이 있다. 휘발유를 주유하듯이 구멍에 맞춰서 충전용 노즐은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사진=뉴스토마토)
 
리프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전기차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배터리가 단점이다. 리프에 적용된 리튬-이온 배터리 패키지는 니켈-수소 전지보다 두 배 이상 강력하다. 그렇다 해도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비교대상은 가솔린과 디젤차량이다. 속된 말로 일반차량의 경우 널린 게 주유소이기 때문에 '어디서 기름을 넣어야 하나'라는 걱정은 안한다. 반면 전기차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리프는 한 번 충전 시 132Km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로 치면 동대문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왕복하기에도 빠듯하다. 구동거리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프에는 회생제동시스템이 적용됐다. 브레이크 또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 속도를 줄일 때 전기모터의 움직임으로 전력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산길처럼 경사진 곳이라면 모를까 도심에서는 충전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가용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우리나라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촘촘하게 구축돼야 이 같은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리프는 평소 이동거리가 많지 않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제주도에는 리프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30곳이다. 곧 6곳이 추가로 신설될 예정이다.  닛산은 주행 중 배터리가 방전돼 차량이 멈춘 경우에 대비해  24시간 긴급출동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사진=한국닛산)
 
솔직히 리프를 시승하기 전 내심 불안했다. 전기차와의 첫 대면이기 때문이다. '일반차량과 달라서 운전하다가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리프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기차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거나 모난 게 없다. 평소 타는 차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좀 더 승차감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리프의 국내 판매 가격은 5480만원. 제주시 전기차 보조금 2200만원을 적용해 328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5.2Km/kWh다.
 
뭐니 뭐니 해도 리프의 가장 큰 무기는 무공해 차량이라는 점. 100% 전기차인 리프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 평소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고 장거리 운전을 자주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리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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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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