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안 되긴 하지만 경제학 수업은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비전공자인 나는 그 때마다 염증을 느끼곤 했다. 특히 경제 원리나 현상을 설명하는 그래프와 공식들을 보다 보면 한숨이 푹. 여차저차 성적은 제법 잘 받아 효용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경제학에 대한 내 마음은 만년 F요, 심지어 돈 대신 카드 영수증으로 살찐 내 지갑 또한 F이니 말이다. 경제학이든 경제생활이든, 여러모로 경제는 어렵기만 하다.
이런 나의 모습은 사회적 기업 초등경제교육 연구소에게 여간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이렇듯 경제를 어려워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생활에도 무관심하게 되는 일을 예방하고자 초등학교 교실 문을 두들기고 있다. 즉, 자라나는 싹부터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들은 영양분으로서, 아이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현명한 선택’의 방법을 가르친다.
◇'초등경제교육연구소 홈페이지 메인
인터뷰 요청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그들의 작년 연간 일정표를 확인해보니, 3월 개학과 동시에 죽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개학을 앞둔 이 시점에 과연 그들이 인터뷰에 응해줄지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별 어려움 없이 최선규 소장과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Q. 안녕하세요. 개학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찾아뵙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우선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 좀 해주세요.
초등경제교육연구소는 2004년에 설립된 곳입니다. 작년에 1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처음 우리 연구소의 시작은 어떻게 하면 초등학생들에게 경제학이 아닌 경제를 읽힐 수 있도록 해볼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하게 됐어요. 당시 서울시에 초등사회과교육연구회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 안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사회과 교육 중 경제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여럿 있었죠.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경제교육 연구를 진행했고 그러던 중, ‘더 이상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학교에 와서 아이들한테 강의 시범을 좀 보여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 제안으로 인해 저희 활동이 실제 교육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Q. 그럼 그전까지는 연구 쪽에만 집중하고 교단에 서본 적은 없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교육활동을 나서기 전까지 애니메이션이나 책 등 경제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형태로 활동해왔어요. 그러던 중에 실제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고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아이들로부터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연구소가 직접 학교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시 말해 저희가 만든 콘텐츠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보다 나은 경제교육에 대한 구상을 겸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하면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에게 알기 쉽게 경제를 얘기할 수 있을까’이것이 저희 연구의 주안점이라면 주안점입니다.
최선규 소장은 이어 ‘왜 알기 쉽게 경제를 가르쳐야 하는 가’대한 질문을 받기라도 한 듯, 그들의 활동목적에 대해 스스로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곧 현재 우리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경제교육을 향한 지적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주로 학교에서 배운 경제는 순전히 학문적인 경제학이에요.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고 안 어렵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는 필요 없는 학문이라는 게 진짜 문제예요. 경제학을 전공해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경제학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나머지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러한 경제학을 배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고등학교 때 배웠던 내용 중에 간단하게 예를 들어 말해보자면 기회비용이란 개념이 있어요. 경제 시험 문제 중에 대학을 갈 것인가 혹은 바로 취업을 할 것인가 라는 선택지를 주고,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경우 기회비용이 얼마가 나오는가를 묻는 문제가 있습니다. 근데 저는 이 질문에 대해 우리가 그 값을 왜 구해야 되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게 정 궁금하면 전문가에게 물으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실질적으로 알아야 되는 기회비용은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만약 내가 천원을 갖고 슈퍼에 갔는데 천 원짜리 호빵과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호빵을 샀을 때는 아이스크림의 시원함이 기회비용이 될 것이고, 반대로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을 때는 호빵의 따뜻함이 기회비용이 되는 거죠. 이렇듯 가치를 비교하고 따지는 과정을 걸쳐서 기회비용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어떤 선택에 따라 얼마의 기회비용이 생기는지, 왜 그 구체적인 값을 구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선규 초등경제연구소 소장(사진=바람아시아)
“가치라는 것은 수치화될 수 있는 값이 아닙니다. 추상적 개념이죠. 나에게 좀 더 맞는 상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효용과 기회비용을 따져야 하는데, 자꾸 수치로 따지다보니까 자기와 먼 얘기처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애초에 기회비용을 가치와 연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값을 요구하는 학문적 경제학은 진짜로 학문으로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전공자들에게 맡기고, 그렇지 않은 비전공자나 일반인들에겐 다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100명의 학생이 있다 가정하면 그 중에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는 친구들은 3명밖에 없어요. 그럼 나머지 97명의 비전공자들에겐 사회인으로서 거듭났을 때를 대비하여, 자신의 경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경제활동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호빵과 아이스크림. 잠시 인터뷰어를 배고파지게 만드는 예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경제교육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최선규 소장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볼멘소리가 떠오른다. 우리는 심심찮게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이란 말을 들어봤을 게다.
이러한 푸념에서 드러나는 부조리가 비단 노동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한편 연구소가 지닌 문제의식은 내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경제학을 불편하게 바라보게 된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때문에 값이 아닌 가치를 우선으로 따질 수 있는 경제교육이 무엇인지, 그들의 활동이 더욱 궁금해졌다.
Q. 교육활동은 어떠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저희 연구소는‘수혜자 불(不)부담’의 원칙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돈을 안낸다는 뜻이에요. 대신에 그 교육을 의뢰한 클라이언트로부터 돈을 받아요. 클라이언트라 하면 대표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라는 곳이 있어요. 이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에 72개의 지역상공회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대한상공회의소와 계약을 맺어서 그로부터 자금을 지원을 받아요. 이렇게 얻은 자금으로 각 지역상공회가 선정한 학교에 찾아가 무료로 경제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거고요.
Q. 왜 학생들 중에 하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나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초등학생이 제일 쉬울 줄 알고 시작했어요. 흔히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경제교육, 즉 학문적 경제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렇게 배운 경제교육의 틀을 깨려니 힘들더라고요. 초등학생 같은 경우에는 학문적인 경제학을 접해본 적 없으니까 어떠한 큰 틀 속에서 몇 가지 개념만 심어주면 된다 생각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저희 활동 방향이 초등사회과교육연구회와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던 것도 있고요. 그런데 이제 설립한지가 10년 정도 되면서 차차 규모도 커지다보니 교육의 범위가 초등학생에만 그치지 않고 중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와 교사들에게까지 이르렀어요. 게다가 현재 저희가 제공하는 경제교육수준에 대해서 초등이란 개념보다 초급이라는 개념으로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자본주의에 대한 ‘초급적’ 개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저희의 교육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다양한 사람들에게 경제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럼 각 대상마다 내용이 다를 거라 예상됩니다. 어떤 내용의 차이가 있는지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설명해주세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얘기하자면 주로 시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장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자본주의적 초급 단계의 사람들이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소매시장입니다. 실제 소매시장이란 것이 종류가 굉장히 많거든요.
예를 들자면 영등포시장,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소매시장이죠. 그런데 똑같은 상품임에도 재래시장에선 싸고 백화점을 비싸게 파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러한 가격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경제를 공부했을 텐데, 왜 비쌀까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매우 적어요.
한편 탈북여성이나 이주여성들에겐 더더욱 낯선 개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분들이 처음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왔을 경우를 생각해서 강의주제를 ‘자본주의사회에서 주부로 살아남기’와 같이 기획하고 있어요. 공산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특히 사유재산이나 금융거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초급적인 단계서부터 시작을 하는 편이거든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서 공산품을 살 때는 마트가 좋다. 그리고 생물을 살 때는 재래시장이 낫다는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걸 하나씩 정리를 해보면서 그것이 바로 엄마가 경제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알게 얘기해주어라 하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교육은 주로 나이에 맞춰 가르치는 편입니다.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가르친다 하면 초등학생에겐 용돈관리 방법을, 중학생들에겐 금융회사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고등학생들에게 직업선택과 관련된 내용으로 말이죠.
반면에 똑같은 기회비용이라 해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취업이나 결혼을 주제로 얘기하는데, 초등학생들한테 그런 얘기해봤자 와 닿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경제개념에 대해선 최대한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자 합니다. 초등생 수업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본다면, 인어공주가 왕자를 만나기위해서 목소리를 주고 다리를 얻었잖아요. 그럼 다리가 효용이고 목소리가 기회비용이 돼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개념을 설명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아이들에게 만약 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 가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어요. 또 경제생활과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용, 창의성, 선택. 이 세 가지 개념을 중점으로 두고 아이들에게 여기에서 뻗어져나가는 가치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이것과 더불어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을 거다 강조하고 있어요.
◇초등경제연구소 자료 사진
◇초등경제연구소 자료 사진
Q. 신용, 창의성, 선택 등 이 세 가지 개념에 관한 가치들은 대략 그림이 그려지는 데요. 현명한 선택은 솔로몬 밖에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현명한 선택’을 자세하게 말하자면 어떤 것일까요?
경제학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아이들에게 이 합리적인 선택보다‘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천 원을 갖고 슈퍼에 갔는데 호빵도 천원이고 아이스크림도 천원이에요. 그럼 뭘 사먹을까요. 흔히 여름에는 더우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찾고, 그래서 슈퍼주인도 덩달아 호빵보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들여놓습니다.
반대로 겨울엔 호빵이 그러하고요. 이처럼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경제학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은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학문이니까요. 하지만 현명한 선택은 다릅니다. 요즘 날씨가 춥긴 하지만, 만약 애인이 바람 폈다고 생각해보세요. 추운 날씨임에도 속에서 열불이 나는 상황인데 뜨거운 호빵을 먹을 수 있을까요? 반대로 한여름에 어머니가 아프셔서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어요. 이럴 때 아이스크림 사먹게 될까요? 이렇듯 나에게 맞는 효용을 주는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또 저는 학부모 대상으로 교육할 때 이런 질문을 하는데요. “만약 자신의 자녀가 하버드에 진학했는데 갑자기 자퇴하겠다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럼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눈이 동그래지면서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뜯어말릴 거 같은 기세를 보입니다. 그런 반응은 하버드 대학 졸업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근데 그렇게 안정적인 선택만 했으면 지금의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이렇게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줄 아는 도전정신 또한 합리적인 선택과 현명한 선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Q.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얘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아이들로부터 다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점이 보이지 않나요?
요즘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기업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게 바로 중요한 문제인데요. 기업인이 되기 꺼려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 이유는 망할까봐, 두 번째 이유는 욕 먹을까봐 입니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이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기업인들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예요. 그런 부분이 초등학생들에게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물론 과소비, 계획성 없는 소비도 문제지만 그런 것들은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반기업적인 정서는 굉장히 고쳐지기 힘들어요.
어릴 때부터 반기업적인 정서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에요. 특히 부모로부터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아이와 함께 하는 저녁 밥상에서 뉴스를 보면서 기업을 비난하거든요. 근데 모순인 게 어느 순간 또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들어가야지’얘기한다는 거죠. 이러한 부모의 태도에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지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러한 반기업적인 정서와 동시에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발견할 수 있어요. 첫 번째 이유와 연관이 되는 부분이죠. 기업가정신도 앞서 강조한 바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신용, 창의성 그리고 선택 보다는 도전정신을 얘기하거든요. 나는 기업인을 꿈꾸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가정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신용과 창의성, 도전정신은 꼭 필요하다고 봐요. 가령 축구선수만 하더라도 만약 상대팀 선수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제쳐나갈 도전정신을 있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이 하지 않는 스킬로 돌파할 수 있어야 하는 거고, 또 그걸 해낼 수 있을 거란 신용이 있어야지 최고가 될 수 있잖아요. 근데 기업이란 단어 때문에 기업가를 위한 정신으로 여기는데다 반기업적인 정서까지 더해져서 자신과 상관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Q.초등학생 때의 저를 되돌아봤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뿐만 아니라 또래들의 영향도 만만치 않던 것 같아요. 특히 누구보다 잘나 보이기 위해, 혹은 같이 어울리기 위해 돈을 쉽게 썼던 일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러한 소비심리에 대해 초등경제교육연구소가 갖고 있는 대안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희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경제교육의 70% 이상이 용돈교육인데요. 용돈이라는 개념을 가져야지, 희소성의 의미와 경제원칙을 할 수 있고 현명한 선택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용돈교육을 많이 강조하는데 의외로 학부모들이 용돈교육에 대해 참 서툴러요.
먼저 부모들한테 물어봅니다. “용돈이 뭡니까? 용돈이 뭐라 생각하세요?”라고요. 과연 용돈이란 뭐라 생각하세요? 우리 부모들은 자기 마음대로 쓰라고 주는 돈을 용돈으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용돈은 정해진 날, 정해진 액수를 주는 게 용돈이죠. 그렇게 줘야지만 아이는 이 용돈을 가지고 쓸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가 있어요. 엄마가 기분 좋다고 천원, 아버지도 기분 좋다고 천원, 또 상황이 안 좋을 때 용돈이 끊기고, 이런데 어떻게 경제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요.
용돈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계획을 세워보고 그 계획에 맞춰 생활을 하면서 남은 계획을 기준으로 반성을 해보는 거거든요. 만약 완벽하게 용돈교육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과시욕이 발동한다하더라도 아이는 자기 것을 줄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즉 매주 금요일에 용돈을 받는데 친구들에게 한 턱 사고 싶다면, “2주일만 기다려 내가 살게” 라고 말 한 뒤 2주일간 참고 그 날에 맞춰 돈을 쓰는 거죠. 이렇게 과시로서의 소비도 일종의 계획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연구소의 교육활동으로 학생들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희를 지켜보는 분들을 만나다보면 단기간에 결과를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경제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거든요. 이 느끼는 것의 차이는 한 10년은 두고 봐야 되는 문제입니다.
어쨌든 간에 저희 연구소는 그 변화와 차이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에요.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에 여의도초등학교에 경제반이 형성되었는데, 그 경제반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일반인이 되었을 때 다른 일반 학급아이들과 어떤 차이를 갖고 성장할지 추적하며 지켜보고 있어요. 아마 앞으로 4~5년 정도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 가지 달성됐음 하는 게 있다면 중국 진출입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다 현재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믹싱이 되고 있는데요. 사회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도 아니고. 그럼에도 그곳의 사람들은 자본주의 콘텐츠에 대한 갈구가 굉장히 커요. 중국도 굉장히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보니까 하버드나 예일 대학과 같은 우수 대학에 가서 경제학을 배우고 중국에 돌아와 중국이란 시장을 키워 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 외 다른 저변적 위치의 사람들에겐 경제교육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사 같은 경우만 해도 갑자기 자본주의 얘기 나오면 아무 얘길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당연 그럴 수밖에 없죠.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가르치다가 이제 막 들어온 자본주의를 가르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중국 쪽으로도 저희의 교육활동을 넓히고 싶은 바람입니다.
삶은 과연 선택의 연속이다. 밥을 먹든 공부를 하든 혹은 연애를 하든 간에 우리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말이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선택과 현명한 선택이 어떻게 경제에서만 필요할 수 있으랴. 결론을 지어야할 문제가 사소한 것일지라도 이 두 선택 모두 최대의 효용을 목표한다. 그 목표를 향한 달리기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 가가 다를 뿐. 그렇다면 더 많은 만족도를 이끄는 시작점은 과연 값일까 가치일까. 만족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이 질문에 대한 확답은 어렵다. 그러나 단언컨대 현명한 선택이야말로 나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선택일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이는 초등경제교육연구소가 실로 증명하고 있기에 자신하는 바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