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정부의 3.1절 태극기 계양율 높이기에 서울 지자체들이 적극 나섰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서울 지자체들 중 태극기 걸기 운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강남구청(신연희 구청장)이다. 강남구청은 3.1절을 앞두고 "전 가정내 태극기의 물결이 휘날릴 수 있도록 '국경일 태극기 달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다"는 각오까지 밝혔다.
강남구는 태극기 달기를 독려하기 위해 거리 행진, 태극기 자료 전시, 태극기 달기 미디어 홍보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아파트 단지들에서는 태극기 달기 홍보 방송을 반복적으로 틀었다.
앞서 신연희 구청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첫 번째 국기게양일인 3.1절에 강남 주민 모두 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국경일 태극기 달기’에 동참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생활화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남구의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비해 보였다. 3.1절인 1일 강남구청 주변 아파트 단지들에는 태극기를 달지 않은 세대가 훨씬 많았다.
◇태극기 달기 운동에 가장 의욕을 보인 강남구청. 정작 주변 아파트 단지는 태극기 게양율이 높지 않았다.ⓒNews1
◇강남구청과 인접한 한 아파트. 약 90세대가 있지만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약 15세대에 그쳤다.(사진=뉴스토마토)
강남구의 다른 지역을 살펴보기로 하고 개포동 공무원 아파트로 이동했다. 이 곳은 강남구가 태극기 게양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겠다며 '태극기 달기 특별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이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남구 직원들에게는 '1인 태극기 10개 달기운동’ 임무를 부여했다. 강남구 공무원들은 2인 1조로 다른 가정에 태극기 달기를 홍보했다.
강남구청 직원들의 노력 덕분인지 개포동 공무원 아파트는 태극기 게양율이 매우 높았다. 아파트 한 면을 태극기들이 덮고 있는 듯했다.
◇강남구 개포동 공무원 아파트. 공무원들에게 태극기 게양을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강남구는 공무원 아파트를 '태극기 달기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청 직원들에게 태극기 걸기 홍보를 지시했다. 이 덕분에 3.1절 공무원 아파트는 높은 태극기 게양율을 보였다.(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개포동 공무원 아파트의 태극기 게양율은 거기서 멈췄다. 공무원 아파트와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다른 아파트 단지는 게양율이 10~20%선에 그쳤다.
◇개포동 공무원 아파트에 인접한 다른 아파트 단지. 공무원 아파트와 달리 태극기를 달지 않은 세대가 단 세대보다 훨씬 많다.(사진=뉴스토마토)
정부의 태극기 달기 운동에 부처와 지자체들이 동참하면서 3.1절 서울 주요 빌딩과 도로는 태극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파트 등 시민들까지 태극기 달기 운동 열기는 미치지 않은 듯했다. 지자체들이 특별히 관리한 일부 아파트 외에는 태극기 게양율이 낮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는 상황에서 관 주도의 태극기 달기 운동은 공무원들만의 업무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기초자지단체가 적은 인력을 가지고 우선적으로 국민들의 복지안전망 등을 살펴야 하는데 각 가정에 태극기 다는 문제까지 동원되면 다른 일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나라가 자랑스러우면 태극기를 저절로 들 것인데 현재 OECD 국가 중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상황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없이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선양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 주도의 태극기 달기운동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