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당한 안방..고개숙인 대형차

입력 : 2015-03-03 오후 3:49:13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연초 국내 완성차 업계의 출발이 개운치 않다.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르노삼성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의 2월 판매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설 연휴로 인한 근무일수 감소로 판매량이 크게 줄었지만, 같은 조건의 수입차가 고공행진인 상황을 볼 때 안방마저 내준 모양새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003620) 등 5개사의 2월 국내외 판매량은 총 64만6236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6% 줄어든 10만3202대로, 추석 연휴와 파업 기간이 맞물렸던 2013년 9월 10만1021대를 기록한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월이 월별 기준 연중 가장 짧은 데다 설 연휴까지 겹치면서 정상 영업일수가 17일에 불과했지만, 이런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도 수입차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직 수입차의 2월 판매실적이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1월 기록한 역대 최다 판매 등록대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방 터줏대감인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 대부분의 판매량은 새해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월간 판매대수 2만대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수입차와는 달리, 현대차는 같은 달 내수점유율 40% 사수에 또 실패했다. 현대차의 내수점유율 40%대 붕괴는 지난해 8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국내 완성차들이 주력으로 내세웠던 대형차의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달 그랜저와 아슬란, 제네시스, 에쿠스 등 현대차의 대형차는 일제히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랜저는 지난해 2월보다 15.0% 감소한 6369대를 기록했으며, 제네시스(2402대)와 에쿠스(552대)는 각각 42.3%, 34.5%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아슬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2551대에 그친 아슬란은 올 1월 1070대를 팔았지만, 2월에는 전월보다 1.5% 감소한 1054대가 팔리며 신차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기아차의 주력 라인업인 K시리즈에도 비상이 걸렸다. K7과 K9은 지난해 2월보다 각각 36.4%, 40.0% 감소한 1320대, 350대 판매에 그쳤다. 전월 대비로도 15.7%, 26.4% 줄어든 부진이다.
 
올해 수입차가 20만대 돌파는 물론 내수 점유율 1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수한 가운데 이미 연초부터 시장의 주도권은 수입차가 쥐게 됐다.
 
◇현대·기아차 대형차 2월 판매실적.(자료제공=각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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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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