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중국이 석달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놓고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60%를 넘는 석유화학 업계는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중국 석화기업의 자급률이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기업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4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은 79%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61%에서 5년 만에 무려 18% 증가했다. 자급률 상승도 문제지만, 제품 생산율이 둔화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석유화학협회는 플라스틱과 자동차, 화학섬유 등 석유화학 주요제품 및 유관산업 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7%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도 성장기인 2009년~2012년에는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우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쳐 주목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로서는 금리인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들지 않지만, 경기 상황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1일부터 금융회사의 위안화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각각 0.25%씩 내렸다. 지난해 11월21일 이후 3개월 만의 인하 조치다. 성장 둔화가 심화되자 중국 정부가 또 다시 유동성 완화에 나선 것.
비고 |
1분기 |
2분기 |
3분기 |
4분기 |
폴리에틸렌(PE) |
2,652 |
2,434 |
2,396 |
2,326 |
폴리프로필렌(PP) |
1,359 |
1,202 |
1,261 |
1,206 |
폴리염화비닐(PVC) |
221 |
181 |
195 |
200 |
◇지난해 중국 합성수지 제품별 수입량 및 증감률 추이 / 단위=천톤.(출처=석화협)
대중국 수출도가 높은 석유화학업계 안팎에서도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금리인하가 단행됐지만, 실물경기 회복과 석유화학 수요 개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지난해 금리인하 조치 직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서 금리인하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회복신호가 감지되지 않아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금리가 내린지 한 달 이상이 지났는데도 체감할 수준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중국 합성수지에 대한 수요는 지난해 상반기 증가세를 보이다가 하반기부터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에틸렌(PE)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수입량이 232만8000톤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으며, 폴리프로필렌(PP)와 폴리염화비닐(PVC)도 각각 12.8%, 5.7%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현 시점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석유화학 제품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보편적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이 경기부양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신·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원자재인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여 제품 판가 자체가 낮은 상황"이라면서 "금리인하로 경기가 부양되더라도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