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다음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환율전쟁이 심화되고 있고,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에만 12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특히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환율전쟁이 재점화 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인민은행은 금융회사의 1년 만기 위안화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각각 5.35%, 2.5%로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내린 것이다. 중국은 앞서 지난달 5일에는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3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하며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호주는 지난달 약 1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에서 2.25%로 낮춘 바 있다.
4일 인도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7.5%로 결정했다. 지난달 15일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추가 인하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환율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한은도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윤여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과 유로존,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경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완화정책을 시행중인만큼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대내적으로도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2%로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여기에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도 부진했다. 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연초부터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이에 여당에서는 또다시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서며 한은을 압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디플레이션 공포에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도 "한은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하며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우려되지만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며 "우리만 눈치 보느라 따라가기만 할 수 없어 환율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기회복 지연과 환율전쟁 우려에 따른 금리인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은의 통화 완화압박은 커지고 있지만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재위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쓰는 여타 국가들은 금리정책의 한계가 있는 제로금리 수준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환율 전쟁에 대해 부적절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