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지하철9호선 '조조할인'은 요금인상 전주곡?

입력 : 2015-03-05 오후 6:11:25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오는 28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된다. 개통 뒤 출근시간대에는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1칸(정원 160명)에 380명 이상이 탈 것으로 예상된다.
 
'지옥철'로 부르기도 모자르다. 말 그대로 지옥이다.
 
근본 해결책인 증차는 더디게 이뤄진다. 예산과 절차가 문제다. 2017년에 70칸이 더 늘어날 뿐이다. 증차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시민들이 혼잡한 시간을 '잘' 피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첫차부터 오전 6시30분까지 차량은 기본요금을 20~30% 할인해 주는 '조조할인'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시민들의 출근시간 분산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증차가 어렵다면 대안을 내놓는 것도 서울시의 임무다. 하지만, 사상 처음인 지하철 '조조할인'이라는 게 불길한 느낌을 준다. 요금할인과 인상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다닐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서울시가 ‘조조할인’ 제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서울시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에서 요금체계 합리화 방안으로 제시됐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 등에는 요금을 올리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는 방식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도 “지하철 9호선 조조할인 제도를 검토하는 것은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 차등시간제 도입 계획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다만 혼잡 시간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요금 인상 없이 조조할인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을까?  
 
조조할인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서울과 수도권 모든 지하철, 버스에 조조할인 서비스가 도입돼야 하다.
 
지하철 9호선에만 조조할인 제도를 적용하면 다른 지하철 노선, 또는 버스에서 환승한 승객은 할인을 체감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9호선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모든 지하철, 버스 노선에서 새벽시간 요금을 20~30% 할인해 준다면 대중교통 수입은 큰 폭으로 줄게된다. 
 
현재 서울·수도권 대중교통 운영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누적적자는 약 4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시는 적자를 보는 버스회사들에 매년 보조금 약2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하철 공사 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버스회사 구조조정이라는 극약 처방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서울시가 대중교통 할인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금 할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요금 인상, 혹은 혼잡시간 요금인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에는 올해 차등시간제와 함께 대중교통 요금 2년 주기 인상을 적용하는 방침도 들어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냐는 질문에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은 추진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일정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부정했다.
 
마케팅 지침서는 '발집어넣기'라는 테크닉을 가르쳐준다. 고객이 문을 닫지 못하도록 문틈에 발을 밀어넣는 것이다. 일단 문을 닫지 못하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고객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조조할인'은 요금인상에 마음의 문을 닫으려는 시민들에게 밀어넣는 발로 보인다. 일단  지하철 9호선 혼잡을 줄이기 위해 조조할인이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조조할인 손해를 메꾸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요금이 오르고, 결국 2년 주기 요금인상안이 통과되는 미래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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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