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주주가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그 결정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어 되레 주주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상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전자투표를 한 주주는 해당 주식에 대해 행사한 의결권을철회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
전자투표제도란 이사회 결의로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주주가 본인의 의사결정을 변경하고 다시 투표할 수 없다는 점은 오히려 주주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만약 상장사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고 주주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했는데 주주총회 전 해당 사외이사에 대한 부정행위가 발견됐을 때, 주주는 충분히 자신의 결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자투표는 철회나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주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되돌릴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자투표제도를 총괄하는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주주가 상장사들로부터 의사결정을 변경하도록 회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투표는 철회나 변경이 안 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전자위임장은 취소나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주들은 전자위임장을 선택하면 전자투표의 불편한 점을 해결할 수 있다"며 "대다수의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을 함께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전자위임장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기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395개인 반면 전자위임장을 도입한 상장사는 312개로 현재까지 전자위임장은 전자투표보다 도입이 덜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주와 상장사가 전자투표제와 전자위임장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주주가 상장사들로부터 회유를 당할 수 있다는 가정은 자칫 상장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주를 이용하는 존재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자투표의 철회·변경 불가는 서면투표와도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서면투표제도란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서면에 의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전자투표제도와 동일하게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주총회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생겨났다.
하지만 서면투표는 전자투표와는 달리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주주총회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철회나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예탁원 관계자는 "전자투표제도의 그러한 문제점 때문에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주총회가 조만간 집중될 예정이어서 문제점을 보완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섀도우보팅제 폐지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을 전제 조건으로 3년 유예되면서 상장사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에 대한 주주들의 참여도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며 "하지만 전자투표제도가 전자위임장이나 서면투표제도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주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전자투표제도의 참여도를 낮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사들은 이번 주주총회를 제외하면 섀도우보팅제 폐지까지 두번의 주주총회만 남게 된다"며 "그동안 전자투표제도가 얼마만큼 주주들에게 인식이 되고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제도 홈페이지(http://evote.ksd.or.kr)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