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핀테크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핀테크=생존'이라는 판단 아래 이미 각 사별로 특화 전략을 짜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정작 금융당국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당국의 자본시장 핀테크 활성화 방안이 그럴듯한 구호에 그치고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의 손발이 돼야 할 당국이 오히려 규제의 굴레에 갇혀 핀테크 정책의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는 핀테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업권 내에서 공정한 경쟁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권간 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핀테크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은행에 밀린 '서자(庶子)' 신세로 출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금투업계 핀테크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9일 "시장 발전을 제고하려면 상호 경쟁이 전제돼야 하는데 금투업계 입장에서 보면 은행권에 비해 경쟁의 틀이 불공정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산업의 핵심이 될 인터넷전문은행이 결국 기존 은행의 새로운 채널로 활용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실익'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위주 금융채널 개선 방안 추진계획>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비금융업체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관리감독 리스크, 낮은 인지도와 보완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결국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두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에서 가장 쉬운 결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은행의 파상공세로 인해 금투업계의 핀테크 진출이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개인의 투자저변 확대는 금투업계 등 제2금융이나 비금융산업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은행업의 입지를 크게 위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활성화는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구조를 개혁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핀테크가 도입되더라도 지급결제 기능을 쥔 기존 은행권이 시장을 개방해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핀테크 관련 서비스 시행주체인 금융결제원 이사회 구조는 이같은 우려가 엄연한 현실이란 점을 재확인시켜준다. 현재 금융결제원의 이사회는 모두 은행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자본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시작 단계부터 한계를 갖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리스크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핀테크나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차원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할 필요성을 시사하면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주목받았다. 그는 금융위원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서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해 "실익이 적을 수 있다"며 신중한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익 우선' 원칙을 지켜야 하는 당국 입장에서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뻔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당국은 2001년,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논의했다가 금융실명제와 금산분리, 금융전업주의, 초기 자본금 규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무산된 경험이 있어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당국의 적극적인 태도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당국이 판만 깔아주면 업계 진도는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계속)
◇국회는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임종룡 후보자가 NH농협금융지주회장 당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다.(사진제공=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