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농심(004370)이 특약점(대리점)에 대한 불공정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가운데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가 이에 불복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이번 결정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하고 농심에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9일 협의회와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7월 농심의 판매장려금 정책과 이중가격 정책, 판매목표 강제, 거래상지위 남용, 가격 차별 등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후 2년 7개월여 만인 지난달 27일 공정위는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하는 방식으로 판매목표 달성을 강제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협의회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 과정에서 신고자 당사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농심 측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판결이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진택 협의회 대표는 "피해자 대표이며 신고 당사자인 본인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오로지 농심 측만 법무법인까지 대동하는 등 피해 사실에 대한 증언이나 추가 증거 제출의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농심의 의견만을 듣고 심판을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공정위의 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이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농심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 잡고, 불공정 행위의 결과로 빚어진 탈세와 사기, 횡령에 관한 모든 증거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일방적 계약 해지, 판매목표 강제로 인한 피해의 내용과 기간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도록 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공정위의 결정에는 판매장려금에 대한 과징금만 명시할 뿐 다른 불공정 행위에 대한 내용과 기간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와 함께 불공정 행위로 인한 특약점의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농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공정위에 신고한 이후 농심 본사와 비공식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협의회를 회유 내지는 협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며 "지금도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약점을 상대로 한 밀어내기 등 불이익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2011년 1월부터 특약점을 대상으로 매출목표 달성률에 따라 80% 미만 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정책을 펼쳐 왔으며, 이후 문제가 되자 2012년 7월 이를 폐지했다.
공정위는 농심이 월별 매출목표를 달성한 특약점에 대해서만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했으므로 사실상 판매목표를 강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협의회와 함께 공정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농심의 불공정 행위가 확인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징금 규모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협동사무처장은 "농심의 매출액 2조원 중 특약점을 통한 거래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율을 최고 한도인 2%를 적용하면 1년치 과징금은 160억원에 해당한다"며 "몇 년간 이뤄진 행위로 더 많은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었지만, 정액과징금 5억원만 부과하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심 사옥.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