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 대형개발 다수 포함..'억지 포장' 논란

한전부지·서울역 개발을 도시재생 사업 포함
"한전부지 개발, 도시재생 아니라 도심 과밀화"

입력 : 2015-03-09 오후 5:53:44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대규모개발사업인 강남 한국전력 부지 개발이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에 포함되면서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도시재생 사업의 본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9일 서울시는 '서울형 도시재생 종합플랜'을 발표했다. 영동 마이스(MICE : 기업회의·관광·국제회의·전시사업 유치 산업), 상암·수색, 서울역, 광운대역, 창동·상계는 '저이용·저개발 중심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도시재생 사업보다는 과거 대형개발 사업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다
 
영동MICE 산업은 한전부지, 코엑스, 서울의료원, 잠실종합운동장 등을 묶어 MICE산업 중심 복합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전부지는 현대차(005380)가 10조원에 매입했다. 현대차는 이 곳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115층 본사 건물을 짓고 62층의 호텔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서울시가 제시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에는 '지역주민과 이웃이 주체가 된 공동체 살리기', '계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주민과 함께 추진'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현대차 주도의 한전부지 개발에서부터 영동MICE는 도시재생사업 방향과 동떨어졌다.
 
최승석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팀 과장은 "한전부지 개발은 도시 중심지인 강남을 더 과밀하시키고 다른 지역에서 도시 기능을 더 뺏어오는 개발"이라고 지적했다.
 
상암·수색, 서울역, 광운대역, 창동·상계도 대형 개발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수색역 개발과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은 각각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버금가는 대형 상업·업무·문화단지, 컨벤션홀 등 MICE사업단지를 조성할 민간 사업자를 찾고 있다. 광운대역과 창동·상계동에도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 구상 시기부터 박 시장의 도시재생과 무관한 곳도 있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은 오세훈 전 시장 재직 시절 때부터 추진됐다. 당시에도 국제컨벤션센터를 짓고 서울역사를 보전하는 등 서울역을 문화·역사·관광·교통 기능을 가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서울시가 대형 개발을 ‘도시재생’으로 무리하게 포함시킨 이유는 '선거' 때문으로 보이다. 
 
박 시장은 대규모 개발을 자제하고 도시재생을 강조하면서 선거에 승리했다. 하지만 대형 개발과 그에 따른 경제 효과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등 여권은 박 시장 때문에 서울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개발 공약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면 이후 선거에서 유리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발판은 청계천 개발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을 개발해 서울 도심에 휴식 공간을 만들었고 3조3162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됐다고 선정했다. 반면 박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은 장기 계획이기 때문에 청계천처럼 눈에 띄는 성과물을 만들기 어렵다. 경제효과를 분석하기도 어렵다.
 
영동MICE 사업 등을 도시재생 사업에 포함시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현대차는 한전부지 개발로 최소 연 1조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서울시는 창동·상계 개발로 일자리 창출 등 약 10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선거에서 도시재생 사업 성과를 부풀리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도시재생 아래서 주거지 재생과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보고 (저이용·저개발 중심지역을) 도시재생 범주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재생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도시경쟁력과 미래 먹거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구 한국전력부지 전경ⓒ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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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