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박성택 신임 회장이 이끄는 중소기업중앙회가 10일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착수했다. 동시에 첫걸음부터 잡음이 이는 등 전열은 가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비상근 부회장과 이사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친 회장파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상대 진영을 포용하겠다는 탕평인사 실현 여부에 대한 우려의 시선마저 따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7일 중기중앙회 정기 총회를 통해 비상근 부회장 17명과 이사 22명을 선임했다. 현재 정원이 부회장 20명, 이사 30명 미만인 점을 감안했을 때, 대부분의 자리를 본인과 가까운 인사로 채우며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비상근 부회장과 이사들의 경우 각 조합을 대표하는 성격을 띠며, 회장과 함께 중앙회의 대외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중앙회의 사무 업무는 실질적으로 상근 부회장이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청 차장급 출신 인사가 맡는 상근 부회장은 부서장 이상의 인사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에 대한 최종 결제권한을 가진다.
비상근 부회장과 이사들이 직접적인 결제권자는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 중앙회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의결권을 지녔기 때문. 친 회장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된 것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따르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또 중앙회와 관련된 전반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신임 회장이 선출되면 큰 그림을 함께할 이들로 주요 인선이 구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나머지 부회장, 이사직들은 다른 후보 진영들로 채워 형평성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막 업무보고를 시작한 만큼 조직개편과 향후 인사 구성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정기 총회를 통해 이사회 부회장 수를 기존 20명에서 25명으로 늘리는 안을 통과시키고, 중기청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잔여 부회장, 이사 자리를 회장직을 놓고 경쟁하던 상대 진영 인사들로 채워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인원 구성비 측면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 선임 과정도 개운치 않다.
박 회장은 당선 직후 정기총회장에서 부회장 추천을 위한 전형위원회 위원 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전형위원회 위원이었던 노시청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이사장과 이재한 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민형 서울경인아스콘협동조합 이사장, 이흥우 한국낙화생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들은 이날 선임된 부회장 명단에 포함됐다.
부회장 추천을 위한 전형위원회가 자신을 스스로 추천한 셈이다. '셀프추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당시 부회장단에 포함되지 못한 문구사업협동조합 인원은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본인도 포함해 줄 것을 주장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견제 세력으로 꼽힐 수 있는 나머지 4명의 회장 후보들도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중기중앙회는 정관으로 회장 후보로 출마할 경우 차기 부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 중 발생할 수 있는 밀어주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상대 후보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신임 회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 가타부타 할 부분은 아니지만 인사 선임이 끝나고 면면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 역시 "경쟁을 펼쳤던 입장에서 인사를 두고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계파를 떠나 업무에 정통한 사람이 선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 지난 3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박성택 신임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두번째)에게 당선증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