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홈플러스가 신선식품 연중할인에 들어간 첫 날 대형마트 업계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도성환 사장이 공표한대로 홈플러스는 12일부터 500가지 주요 신선식품 가격을 현재 시세보다 10~30% 낮은 가격에 내놓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가격 인하 폭은 당초 계획보다 더 커졌다.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가 홈플러스의 할인품목이 적힌 전단까지 미리 확보하는 첩보전을 벌여 가격 정책에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최저가 정책을 겨냥해 기습적으로 일부 품목 가격을 홈플러스보다 더 낮춰내놓자 홈플러스도 곧바로 추가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최저가 타일틀을 뺏기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딸기', 갈치' 등 일부 인기품목의 경우, 하루 두 차례나 가격이 변경될 정도로 업체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많게는 1000원에서 적게는 10원 차이로 가격을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딸기(1.4kg)의 경우 홈플러스 초기 전단에는 1만원에 표기돼 있었다. 이에 이마트는 1.7kg짜리 딸기를 1만900원에 내놨다. 같은 무게(1.4kg)로 환산하면 8976원으로 홈플러스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이후 홈플러스는 딸기가격을 다시 8800원으로 조정했고 롯데마트도 1.4kg짜리 딸기를 7900원에 판매한다고 맞섰다.
홈플러스가 국내산 해동갈치(대)를 4480원에 내리자 이마트는 3950원으로 더 낮게 조정했고 결국 홈플러스도 3800원으로 가격을 추가 인하했다.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가격 내리기 전쟁이다.
사실 상,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에서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마트 선택 기준 체크리스트 1순위 항목이다. 홈플러스가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상시 세일 카드를 꺼내든 것은 결국 경쟁사 고객을 뺏어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는 셈이다.
때문에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유독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뺏길수는 없기 때문이다.
'너희가 하면 우리도 한다'는 식의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해당 업체들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업체 간 가격 인하 출혈 마케팅이 과열될 경우, 동반 몰락의 길을 자처하는 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은 가격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우선 홈플러스가 노린 초반 고객몰이 효과를 저지하기 위해 이번 할인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품질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들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