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약세에 엇갈린 명암..유럽 웃고 미국 울고

이탈리아 명품 실적 호조 기대..HP는 매출 감소 전망

입력 : 2015-03-13 오후 1:59:2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떨어진 유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 기조가 어우러져 유럽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대로 미국 기업들은 달러 강세로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유로화 12년來 최저..유럽 기업실적 반등 '기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유럽 기업들이 오랜 장기 침체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덕분에 유럽 내 수출 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시점을 전후로 해 유로화 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유럽 수출업체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유로 약세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진=로이터통신)
 
세계 최대 안경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룩소티카는 벌써 유로 약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룩소티카의 지난 4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무려 12% 증가했다.
 
마시모 비안 룩소티카 최고경영자(CEO)는 "유로 약세가 이어진다면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며 "점포 수도 더 많이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업체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감에 명품을 찾는 이들이 많이 줄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 관광붐이 일면 다시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 내에 충만하다. 지난 1월 유럽을 방문한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동월보다 34%나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미켈레 노르사 살바토레 페라가모 CEO는 "세계 곳곳에서 명품을 찾는 중국인 소비자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탈리아 소매점들도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통의 수출 강국인 독일과 유럽 경제 2위국 프랑스도 유로 약세를 틈타 짭짤한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기업, 상품 판매 위축..달러 강세로 가격 경쟁력 '상실'
 
유럽 기업이 유로 약세로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동안, 미국 업체들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유로가 12년래 최저치란 뜻은 달러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수출업체들의 수익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미국 과자 회사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은 시장 점유율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유로 약세에 맞춰 몇몇 상품 가격을 올렸는데,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안 사겠다는 유럽 상점들이 줄을 이었다.
 
아이린 로젠펠드 몬델리즈 CEO는 "상점들이 우리 상품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몇몇 유럽 점포는 올라간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 상품 판매대를 아예 치워버렸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20%가 유럽에서 발생하는 미국의 문서관리회사 제록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프리 이멜트 제록스 회장은 투자 콘퍼런스 장에서 "유로 약세는 우리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토로했다.
 
미국 컴퓨터 업체 휴렛패커드(HP)도 달러 강세 위기에 노출됐다. 지난달 HP는 유로화 등 타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로 연간 매출이 33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장품업체 이본 프로덕트와 외식업체 얌브랜드도 달러 강세만 아니었으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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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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