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찰이 13일 포스코건설에 대해 해외 임직원들의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13일 오전 9시 30분경부터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 사옥과 일부 임직원들의 자택 등에 대해 검사 4명을 포함해 40여명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포스코건설에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할 예정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호치민 지역 건설공사와 관련해 하도급 업체에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00억 원대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포스코건설 사옥에 취재진이 모여있다.ⓒNews1
포스코건설은 지난 1995년 베트남 진출 이후, 고속도로와 도시철도 등 여러 분야 공사를 수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비자금은 지난 2009년과 2012년 사이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7월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 포스코건설은 그러나 이 같은 적발 내용에 대해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이유에 대해 "우리가 임의제출을 요청한다고 해서, (포스코건설이) 임의제출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았다"고 말해, 포스코건설 차원의 협조가 없었다는 점을 에둘러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 증거를 확보하고, 관련자 진술을 들어봐야 어떤 증거들이 있고 어떤 내용들을 할 것인지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 전반에 대해 비슷한 혐의점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또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돼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며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그는 "수사팀이 굉장히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고 밝혀, 이번 수사를 상당기간 준비했다는 점을 내비쳤다. 또 "비자금 조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말해 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검찰은 이날 관련 임직원 중 일부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앞서 지난달 26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이미 '철저한 조사'를 천명한 바 있다. 이 총리는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계 기관에 즉각 사실 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횡령 등의 비리는 경제 살리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며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역사적 과업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총리의 대국민담화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수사가 사정 드라이브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평소 해오던 수사"라고 선을 긋고, "(총리의 담화를) 더 독려하는 차원으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