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에소메졸, 美 안착 '사실상 실패'

작년 500억원 목표..현실은 100억원 미만

입력 : 2015-03-16 오후 4:36:13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미국 진출 1호 토종 개발신약인 한미약품(128940)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신약을 가지고 미국 진출을 준비하던 제약 업계는 원인 분석에 나서는 등 타산지적으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16일 복수의 한미약품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같은 해 12월 미국에 첫 선을 보인 에소메졸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미만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14년 500억원 이상을 목표으로 잡았던 한미약품의 목표치에 5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에소메졸의 오리지널 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이 미국에서만 연간 21억달러(한화 약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참패라고 불릴 만하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홍보 관계자는 "특별히 할말이 없다"며 부정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에소메졸 제품.(사진제공=암닐)
에소메졸은 출시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였다. 오리지널보다 절반 정도 가격이 저렴하고, 막대한 시장에서 경쟁자(복제약) 없이 판매하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에소메졸은 넥시움의 후속약물(복제약) 중에서는 가장 빠른 미국 출시였다. 넥시움의 복제약들은 특허만료 등으로 2014년 하반기부터 나올 수 있었다. 에소메졸에 다음으로 나온 복제약이 2015년 1월에 FDA에 승인받은 테바 제품이었다. 에소메졸 발매가 첫 복제약보다 1년 3개월 이상 앞서 있는 셈이다.
 
에소메졸의 빠른 상용화는 한미약품이 아스트라제네카와 2여년 간 특허소송을 벌여 합의를 이끌어낸 덕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에소메졸이 자사의 넥시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판매에 돌입하자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그 이유는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에소메졸의 파트너사는 암닐이라는 연매출 약 3억달러, 미국 지역 7위의 복제약 전문 제약사다. 양사는 2012년 에소메졸의 미국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로열티를 받고, 암닐은 판매액에 따른 유통마진을 가져간다는 게 골자다. 
 
한미약품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원래 기존 계약 내용을 번복해 암닐의 미국 독점판매권을 삭제하고 암닐이 가져갈 마진도 축소시켰다"며 "한미약품이 욕심을 내 유리하게 계약을 내용을 변경한 것이 암닐에게는 불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약이 변경되자 암닐은 사업성을 재검토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변수요소가 많아서다.
 
개량신약은 신약과 복제약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제품이다. 그래서 마케팅도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목표 타겟은 복제약 시장인데, 정작 마케팅은 신약처럼 해야 할 처지였다. 투입 예산은 신약과 복제약이 다르다.
 
미국 의료진들은 인터넷 처방조제시스템에 약을 고른다. 의사가 오리지널의 성분명을 선택하면 목록에서 밑으로 복제약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예를 들어, 넥시움이 오리지널 제품명이고, 성분명은 '에소메프라졸 마그네슘'이다. 복제약들 넥시움을 본떠 만든 약물이기 때문에 에소메프라졸 마그네슘의 성분명이 같다.
 
이와 달리 에소메졸은 성분명이 다르다. 에소메졸의 성분명은 '에소메프라졸 스트론튬'이다. 에소메졸은 오리지널 마그네슘을 스트론튬으로 바꾼 염변경 개량신약이기 때문이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에소메졸은 일반 복제약들과 달리 오리지널약 성분명을 선택해도 병렬된 목록에 잡히질 않는다. 의료진이 에소메졸을 처방하려면 부여된 보험코드를 인지하고 따로 잡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료진들은 에소메졸이 넥시움의 후속약물이라는 것을 모른다"며 "파트너사인 암닐이 미국 의료진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알리고 보험코드를 일일이 알리는 등 신약처럼 대규모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Pharmacy Benefit Management(PBM)와의 협상 능력도 지적된다. PBM은 미국의 약제 가격과 사용을 관리하는 민간회사로 미국에는 5개가 있다. 제약사는 사보험사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PBM과 약제 급여 협상을 벌인다. 이때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제약사와 보험재정을 절감하려는 PBM과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앞의 관계자는 "암닐이 PBM의 협상을 잘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PBM의 협상이 되지 않으면 의료진의 에소메졸 처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미국 사보험 시장 진입이 원활하지 않아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며 "그외에는 양사간 진행됐던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짧게 답했다.
 
한편 제약업계는 이번 계기를 바탕으로 개량신약의 미국 진출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도 미국 진출을 추진하면서 한미약품의 사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에소메졸 사례를 통해 영업과 파트너 선정 등 현지 진출 방안을 다시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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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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