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16일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을지로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 사장 선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공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회사 출범 이후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이미 내부는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협력업체 등 현장의 우려도 커졌다. 그러면서 후임 사장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는 산업은행을 향한 불만들도 끊이질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확정했다. 그러나 후임 사장 선임 안건은 끝내 상정하지 못해 29일 임기를 마치는 고재호 사장의 공백을 막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상법상 마지막 기회였던 이날 후임자를 확정짓지 못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이사회는 현 고재호 사장을 임시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고 사장이 3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고, '임시' 꼬리표를 달더라도 상법상 문제될 게 없다"며 "산업은행에서도 반대하지 않으면서 이날 이사회에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후임 사장으로의 교체가 빨라도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을 인선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 사장추천위원회와 임시이사회, 임시주총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 이 같은 절차에만 두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로 상반기를 통째로 날리게 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장 선임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자 적지 않은 동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후임 사장이 선임된 뒤에야 임원 인사, 조직개편, 사업계획 확정 등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업무에도 큰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 마비를 우려해 빠른 시일내 후임자 선임을 촉구해왔던 노조와의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을지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현시한 노조위원장은 "현장 근로자들이 사장 공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장이 없다면 경쟁사와의 수주 경쟁에서도 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수주 소식은 지난달 중순을 끝으로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오일메이저나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경영환경이 극도로 불안한 조선사와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신규 사내이사에 김열중 전 산업은행 부행장을 선임됐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 자회사로 가는 관행은 이번에도 적용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통상 두 명의 사내이사 중 한 명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산업은행 출신들로 채워왔는데, 이번에도 기존 공식은 어김없이 통용됐다. 김 전 부행장은 정기주총 안건이 통과되면 김갑중 부사장의 뒤를 이어 CFO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편 사외이사로는 두 명이 재선임, 세 명이 신규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