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가옥 공개..'그리움'·'불만'·'곤혹'

관람객들, 박 전 대통령 향수 증폭
기념행사 없이 공개..보수측 불만도

입력 : 2015-03-17 오후 3:32:2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17일 오전 10시 서울 신사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2008년 10월 10일 문화재로 등록된 지 7년 만이다.
 
서울시는 인터넷 예약을 한 15명만 가옥 내부 관람을 허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첫번째 관람 시간인 오전 10시30분은 예약자가 15명을 채우지 못했다.
 
가옥을 찾아온 사람은 대부분 나이 많은 노인들이었다. 부산, 대전 등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도 있었다.
 
그 중에는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방송에서 박 전 대통령 가옥을 개방한다는 소식만 듣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예약자가 정원을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재청 직원들은 현장 등록을 하고 관람을 허가했다.
 
◇17일 일반인에게 공개된 박정희 전 대통령 신사동 가옥 정문(사진=뉴스토마토)
 
◇"애국심 커졌다"..박정희 향수 자극 
 
서울시는 가옥을 복원하면서 내부를 박 전 대통령이 살던 때와 비슷하게 재현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군복과 박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와 어린 시절 박근혜 대통령 등 자녀들과 찍은 사진들을 전시했다. 영사실에서는 박 전 대통령 당시 활동을 소개하는 대한뉴스를 상영했다.
 
가옥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잠겼다.
 
부인과 함께 가옥 내부 관람을 마친 배태준 씨는 가옥 마당에 설치된 박 전 대통령 부부 사진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배 씨는 "경제를 발전시켰던 그 시절의 애국심이 다시 커지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첫번째 관람팀이 가옥에 들어가 있는 동안 마당 벤치에 앉아있던 권재석 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젊은 세대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권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사람이니까 잘못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업적은 사실이지 않느냐"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시대가 해야 한다. 지금처럼 좋은 시대를 만든 것이 박 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관람객 10여명 중 가장 눈에 띈 사람은 정재우씨였다. 노인들 뿐인 관람객 속에서 정 씨는 스무살 대학생이었다. 가옥을 방문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 씨는 "평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 오늘은 공강 시간이라 올 수 있었다"고 답했다.
 
◇17일 박전희 전 대통령 신사동 가옥 현관에서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가옥 공개 행사 왜 없나"..서울시 푸대접 불만
 
첫번째 관람이 진행되는 동안 가옥 밖은 시끄러웠다. 문화재청 직원들은 가능하면 예약자만 들여보내려고 했지만,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온 사람들은 늘어났다. 노인들은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다. 
 
관람객이 늘면서 가옥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자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소속 이혜경 중구의원은 "멀리서 왔는데 관람을 못하게 하는 것은 나이 많은 분들에게 너무한 처사다"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 가옥 공개가 초라하게 시작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지상욱 중구 새누리당원협의회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가옥이 시민에게 개방되는 날 국민 통합을 위해 박원순 시장과 지역 유지들이 참석한 행사를 열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가옥은 서울시 관할이다. 박 시장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소홀하다"고 비난했다.
 
◇가옥 때문에 무조건 욕먹는 서울시 
 
서울시 현장 담당자들은 이 같은 불만에 곤란함을 나타냈다. 방문객 인원 제한은 문화재 보호와 원활한 관람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나온 문화재청 직원은 "복원한 경교장을 개장한 날 2000명이 방문해 혼란스러웠다. 박 전 대통령 가옥은 경교장보다 더 협소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만 들여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개장 직후 방문객이 많이 몰리는 동안은 인터넷 예약을 계속 시행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나고 열기가 줄어들고 나면 예약 없이도 관람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가옥이 행사 없이 조용하게 개방된 것은 서울시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행사를 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업적 등을 강조해야 하는데, 일각에서 독재자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서울시가 띄워주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자칫 논란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화재청 직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딸이다. 행사를 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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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